자연은 우리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공동체도 이와 같다. 이웃을, 자연을 한 몸이라고 생각하며 돌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몸 어느 한 곳에 탈이 나면 온몸이 그곳을 고치려 힘을 모은다. 칼에 베이거나 못에 찔려 손가락에 피가 날 때 신경계는 아프다는 신호를 곧바로 머리로 보낸다. 눈은 상처가 난 곳을 찾아내고 손은 약을 찾아 바른다. 한동안 통증은 계속된다. 다 나을 때까지 온몸이 잊지 말고 그곳을 잘 보살피라는 신호다.

한의학에서 보면 우리 몸은 기운이 골고루 퍼져 있을 때 다시 말하면, 기분이 좋을 때 건강하다고 말한다. 오장육부도 기분이 좋아야 병이 없다. 어느 한 장기가 욕심을 내어 몸 안의 기운을 많이 가져가면 다른 장기가 탈이 난다. 우리 몸 안의 장기나 기관은 자신만 살려고 하면 함께 죽게 된다. 암세포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공동체라고 한다. 가족공동체, 직장공동체, 국가공동체 등 공동체를 우리말로 하면 '한 몸'이라는 뜻이다. 몸처럼 골고루 함께 잘 살아야 공동체가 유지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서로 한 몸 같은 존재임을 잊고 지내왔다. 한 몸임을 잊었기 때문에 서로 많이 갖기만 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모두가 한 몸임을 잊고 지배계층이 탐욕에 사로잡힌 나라는 오래지 않아 망했고, 그 사실을 잊은 사회는 갈등과 범죄가 끊이지 않았으며, 집안은 골육상쟁이 벌어졌다.

자연도 우리와 한 몸임을 까맣게 잊었다. 물과 공기가 오염되면 그를 먹고 마시는 우리 몸도 오염된다는 자명한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그 아이와 함께 살아갈 다른 아이도 행복해야 한다는 진리를 망각했다. 모두 한 몸이라 생각하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가진 이들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골고루 잘살아 유지되는 것을 막는 걸림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인(聖人)들은 세상을 한 몸으로 보고 그렇게 살라고 가르쳤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그렇다. 대자대비, 삼라만상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렇다. 예수와 부처를 믿는다는 것은 그 가르침대로 산다는 것이다. 공동체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라는 그분들의 가르침을 따를 때 이뤄진다.

예수와 부처의 말씀이 너무 이상적이라면 아래의 말은 어떤가. 1963년부터 1965년까지 개최된 가톨릭교회의 전 세계 교회회의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발표된 '가톨릭 일꾼 운동의 목표와 방법'에 실린 글이다. "우리가 돌려줘야 할 그 몫은 우리의 벽장 안에 있는 두 번째 외투이며, 우리 집에 있는 여유의 방이고, 우리의 식탁에 있는 또 하나의 자리이다. 우리가 즉각 필요로 하지 않는 모든 것은 그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눔이 시혜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에게 그들의 몫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말이다. 백범 김구 선생도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부는 우리 모두 풍요롭게 살기에 충분하고 우리나라의 힘은 외부의 침략을 쉽게 허용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불행하고 사회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모두를 한 몸으로 여기지 않아서 그렇다. 모두 한 몸임을 알고, 힘없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부터 먼저 돌보는 그런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오륜대 순교자 성지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