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인 감성의 연극 '거기, 두루마을이 있다' 출연진. 김숙경 교수가 내놓는 4년 만의 연출작이다.

- 4~8일 '거기, 두루마을이 있다'
- 부산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 출연

'거기, 두루마을이 있다'는 달콤하거나 강렬한 색채의 작품이 대다수였던 부산 연극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서정적인 감성의 연극이다. 이 작품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부산에서 꾸준히 연출과 극작을 해 온 여성 연극인 김숙경(경성대 연극학과 강의전담 교수)의 4년 만의 연출작이란 점, 박찬영 정행심 권철 진선미 등 부산의 '대표 배우'들이 한 무대에 선다는 점이다.

먼저 김 연출자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과정이 재미있다. 김 연출자는 "대학원 동문이던 극단 손수의 서재화 연출자가 '문화해설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대신 자신이 먼저 연출하고 싶다더라. 2009년부터 작품 구상에 들어갔는데 단순히 시골을 배경으로 한 연극이 아닌, 인생의 철학이 담긴 메시지를 넣으려다 보니 완성하기까지 4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극단 손수(대전)가 초연했다.

김 연출자는 1997년 극단 신우 창단 멤버로 활동을 시작해 극작과 연출을 병행하며 꾸준히 연극 인생을 달려왔다. 2000년부터 대학 강단에 서기 시작하면서 연출작이 띄엄띄엄 나왔지만 한눈팔지 않고 부지런히 작업을 해왔던 그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기까지 4년간 공백기를 가졌다. 김 연출자는 "신우 단원들이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극단을 꾸려나가기 어려워졌다. 객원 연출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주체가 된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강했고, 4년간의 고민 끝에 공연단체 '문화판 모이라'를 창단했다. 나만의 연출을 담을 그릇을 만드는 시간이었다"며 그간의 고민을 짧게 표현했다.

이 작품은 두루마을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문화유산해설사 남풍과 그가 잘못됐음을 알리려는 고고학자 서혜, 그리고 각자의 사연을 지닌 마을 주민 사이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을 풀어놓는다. 박찬영 정행심 권철 진선미 이효림 구미석 등 부산 연극계의 노련한 배우들이 흡입력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김 연출자는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하게 돼 행운이다"며 내심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작품을 쓸 때 우리가 살면서 눈으로 목격한 것이 과연 진실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진실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을 그려내고 싶었고, 그것이 잘 녹아들었는지는 관객이 판단할 일이다. '문화판 모이라'를 창단했으니 매년 한 작품씩 내놓으며 뜸했던 연극 마라톤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오는 4~8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 경성대 예노소극장. 균일 3만 원. 010-9038-6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