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 단장을 마친 부산 금정구 오륜대순교자성지 내 순교자 묘소. 이정식 요한과 가족들, 양재현 순교자 등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피정센터·교육관 등 건립
- 순교자 정신 계승 성역화
- 전담사제 전수홍 신부가 주도

천주교 부산교구(이하 부산교구)가 관리권을 이양받은 부산 금정구 부곡동 오륜대순교자성지에 대해 본격적인 재정비 사업에 나선다.

부산교구는 지난해 하반기 순교자 묘소를 정비하고 정문에 이정식 요한과 양재현 마르티노 순교자의 흉상을 세웠다. 또 주차장과 쉼터 조성 사업을 마치는 한편 지난 3년간 미사가 없었던 성지에서 매일 미사를 올리도록 하고 상설 고해소도 세웠다. 2013년 하반기 부산교구는 40여 년간 이곳을 관리해온 '한국 순교 복자수녀회'로부터 관리권(순교자박물관 제외)을 이양받고 전담 사제인 전수홍 신부를 배치한 바 있다.

부산교구는 성지를 본격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올해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에 들어간다. 마스터플랜에는 성전을 비롯해 십자가의 길, 산책로 등 재정비 사업과 피정센터, 부산교구장 성구 전시실, 교육관 건립, 부산가톨릭대-지산고-순교자성지 연결 도보길 등 신규 사업이 포함된다. 또 성지 순례 때 간추린 한국교회사, 한국교회사 여명기, 4대 박해, 박해시대의 교우촌 등 다양한 강의를 포함한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수홍 신부는 "지난해에는 긴급을 요하는 곳에 대해서만 정비했다"며 "재정비 사업은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인 만큼 올해 안에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부산교구는 순교자성지 정문 인근 주택지를 사들이는 등 사전 작업을 마무리했다.

오륜대순교자성지는 6만4187㎡ 규모로, 부산에서 순교한 8명의 '부산 순교자 묘소'와 한국순교성인 103위 중 26위의 유해를 안치한 '순교자 성당'이 있다. 1868년 이정식 요한과 가족들, 이정식의 대자였던 양재현 마르티노 등은 극형을 받고 수영장대에서 순교했다. 그 후 부산 동래구 명장동에 묻힌 유해를 1977년 오륜대로 이장했다. 묘소를 확인하지 못한 순교자 4명은 가묘로 모셔져 있다. 이정식 요한과 양재현 마르티노는 '윤지충과 하느님의 종 123위'에 포함돼 지난해 8월 복자로 선포돼 복자품에 올랐다. 이는 성지를 더욱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보존하는 것은 물론 친밀한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전 신부는 "수십 년간 이곳을 일구고 관리해온 수녀님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제 부산교구가 순교자 정신을 계승하고 성지를 가꾸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현재 성지에는 부산 등 전국에서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신자가 방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