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가운데 왼쪽 위쪽으로 비스듬히 솟은 바위 절벽이 있다. 아래에는 강이 흐르고 그 위 두 척의 배. 배 위에는 2명씩 모두 4명이 타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선비들은 아니다. 어부로 보인다. 그런데 노를 젓는 이는 아무도 없다. 고기잡이를 잠시 멈추고 배 위에서 한가한 한때를 보내는 이들이다. 앞쪽 배에는 팔짱을 낀 채 정면을 응시하는 남자, 술독 같은 것을 사이에 두고 또 다른 남자가 있다. 뒤쪽 배에는 더벅머리의 소년과 중년의 남자가 타고 있다. 절벽 위쪽과 가운데 부분에는 위아래로 어지럽게 뻗은 서너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흐르는 물결에 배를 맡긴 모습이 생생하다.
화면 오른쪽에는 당나라 자연 산수시인 유종원(柳宗元·773~819)의 시 '어옹(漁翁)' 한 구절이 제시로 적혀 있다. 바로 '노 젓는 소리에 산과 물이 푸르네' 부분이다. 제시 양쪽에는 김홍도(金弘道·1745~1806 이후)가 즐겨 썼던 인장 3과가 찍혔다. 이 산수인물도(사진)는 1800년 무렵 또는 그 이후 제작된 김홍도의 만년작 중 하나로 추정된다. 세로 28㎝, 가로 36.5㎝. 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109호. 그림 한가운데에 접힌 자국이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원래 어느 화첩 일부였을 것으로 보인다.
'산수인물도'는 '바위 절벽 아래의 선상 어부'라는 주제로 중국과 조선의 절파(浙派·명나라 초기 산수화의 한 파) 화가들이 구사한 전통을 이은 작품이다. 하지만 김홍도는 절파 화가들이 즐겨 썼던 부벽(斧劈)준(도끼로 나무를 찍어낸 자국의 모양처럼 그린 기법)이나 흑백대조가 심한 바위 표현 대신 하엽준(연잎의 잎맥과 같은 모양으로 산비탈이나 바위 주름의 형태를 그린 기법)을 거칠게 구사했다. 이를 통해 그는 절파 화가들의 그림을 문인화풍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이 작품은 김홍도의 수작 중 하나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