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노동자다. 공공도서관 사서로 걸음마를 하는 아기부터 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만난다. 대부분 시민은 공공질서와 도서관 규정을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더러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억지를 쓰면서 담당자에게 폭언도 서슴지 않는 이용자들과 마주한다. 때로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표적이 되어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어디에도 하소연할 길 없는 답답함과 억울함으로 불면의 밤들을 보내며 일상의 업무를 반복한다.

억압된 감정들은 우울과 무기력으로 삶을 뒤흔들었다. 마음이 아프니 몸이 아팠다. 자구책으로 비블리오테라피(Bibliotherapy)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무석의 마음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삶을 이끄는 것이 현실이 아니라 마음이다'라는 문장이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무석 박사는 정신의학을 연구하는 정신과 교수로, 국제정신분석가로 40여 년간 공부한 '마음'이라는 주제를 이 한 권에 담아냈다. 저자는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비의식(무의식)으로 되어 있는데 우울하고, 열등감에 빠지고, 마음이 병든 비의식(무의식)을 찾아내 통제가 가능한 의식의 세계로 데리고 나와 치료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특히 "마음은 유리 같이 깨지기 쉬운 것이어서 우리가 사소한 일에서 느끼는 억울함, 분노, 불안감, 고독, 수치심, 죄책감 등을 방치해 두면 병이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총 5부에 걸쳐 마음관리법을 다루고 있다. 1부는 돈과 성공이라는 깃대를 보고 달리는 아버지 밑에서 마음의 공허함을 폭식으로 달랜 강군의 이야기, 2부는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마음의 신비를, 3부는 '마음도 상처받기 쉽다'로 분노, 상실감, 시기심, 죄책감 등 마음을 아프게 하는 감정들을, 4부는 '마음이 마음을 어떻게 보호하는가'를 주제로 방어기제를, 5부는 마음의 동력인 정신에너지 관리법에 대해 쓰고 있다. 이무석 박사가 안내하는 마음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의 무거운 짐 하나 정도는 내려놓게 된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이무석 박사의 '정신분석에로의 초대'나 김형경 작가의 '사람풍경'을 권한다. 이러한 책들은 시민도서관 2층 인문사회과학실 '독서치료 코너'에서도 만날 수 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에게 이무석 박사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누구에게나 힘든 인생, 구름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보고 산다."

을미년이 밝았다. 새해 야심 차게 세운 계획들이 작심삼일로 끝나 자책하는 누군가에게, 자녀와 소통하고픈 부모님들께,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는 길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위로가 될 것 같다.

부산시민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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