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다고 했다. 수탈과 착취, 식민화 과정에서의 억압에도 그에 대한 반란과 저항은 계속된다고 했다. 피터 라인보우와 마커스 레디커는 히드라에서 비로소 위로부터 해양국가에 대응되는 자기조직화인 히드라국이 히드라들에 의해 완성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히드라들이란 장작을 패고 물을 긷던 인간 노동의 근간을 몸에 새긴 자들이며 서양철학사의 거목 프랜시스 베이컨이 '괴물성'을 부여한 서인도제도인, 카리브해 지역과 북쪽, 남쪽, 여느 아메리카 원주민, 가나안 사람, 영국 내에서 박탈당한 자들, 영국령 너머의 아일랜드인, 아프리카인, 인간 사회의 공동의 적인 해적들, 여자가 장악하고 있던 정부와 군대들, 재침례교도들이다.
히드라는 익히 알고 있는 왕들의 역사, 그들의 아들이 대를 이어 세습되는 역사가 아니라 '히드라'로 명명된 사람들이 살아왔던 삶의 경험과 공동체의 기억을 참조해서 만들어진 히드라국의 역사를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중에서 17~18세기 초 무렵에 공화국과 최대 해양국으로서의 위상, 지배자들이 도모했던 다양한 해상 기획의 도구였던 해군과 선원들이 세웠던 히드라국이 가장 뚜렷한 사례다.
국가는 선박에 사람을 싸게 대기 위해 폭력과 테러, 강제 징병제를 동원했지만 그 결과 배는 지배자들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만남의 장소'가 되었으며, 상이한 대륙들에서 노동자들이 소통하는 '최초의 장소'가 되었다. 소통은 해양영어, 지중해의 싸비르어, '지하세계'의 신비로운 은어, 서아프리카의 문법구조, 그리고 이 넷을 결합한 혼합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창출할 수 있게 했다.
또 상이한 지역들의 공동체에서의 문화와 경험을 결합하여 자기 나름의 전통을 세우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퇴역군인을 포함하여 장교들의 민주적 선출과 권위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주장하였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배려하고, 돈과 재화의 공정한 분배, 대표선출을 하면서 국제적 해양관습을 참조하기도 했다.
히드라에서 저자들은 말한다. 상이한 나라에서의 경험과 문화의 결합, 그리고 마침내 세워진 히드라국 전통의 중요한 국면은 험난한 항해업무와 그것을 방해하는 그 모든 시련을 견디고 살아남은 힘찬 영혼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후의 세대로 전유되었다는 데 있다고. 많은 역사서와 매체에서 보고되었던 해적들의 삶과 민간설화, 그네들의 노래와 민요에서 당시 선원들은 바다에서 죽음과도 같은 삶의 조건에 처했을 때 그들 몸속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던 경험들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였으며 그들 스스로 터득하고 꿈꾸었던 대안적 사회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히드라들의 반란과 저항은 단순히 폭력과 테러에 대한 반동만은 아니었다는 데 있다.
즉, 히드라들이 해양국가로부터 찾아오려 했던 것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해양국가의 지배자들이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위해 부르짖었던 국가, 애국, 마땅히 지켜야 할 전통과 달리 히드라들과 그들이 세웠던 히드라국이 주장했던 정의와 평등, 약자에 대한 배려, 공정성의 의미는 거대하게 흐르는 해류처럼 과거로부터 전유되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흘러 다음 세대에게로 이어질 가치이자 희망이었던 것이다. 소설가
▶약력:201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로딩하는 남자'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