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재 모습은 그동안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내 삶도 내가 선택하는 대로 결정지어질 것이다. 그중 소외된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 인생을 두고 알파벳을 따서 인생은 B로 시작해서 C로 갔다가 D로 끝난다고 말했다. B는 탄생을 의미하는 'Birth'를 뜻하며 마지막 D는 죽음을 뜻하는 'Death'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살아가는 모든 삶을 C라고 표현하는데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선택을 뜻하는 'Choice'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살아가는 모든 여정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많이 먹는 것을 선택하면 자연히 뚱뚱해지고 나쁜 일만 생각하고 산다면 범죄형 얼굴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닌 현재 모습 즉, 사고방식, 몸매, 얼굴 생김새, 건강 등 그 모든 것이 지금까지 자신이 선택해온 그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나 자신의 삶도 내가 선택하는 대로 그렇게 결정지어져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선택 가운데서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사는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치 있고 소중한 일 것이다. 특히 연말이 되면 거리에는 구세군 냄비와 함께 종소리가 들리고 사랑의 열매나 크리스마스 실 등을 통해 우리 이웃에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자 언론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게 된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양극화 현상이 지속하는 오늘날 우리나라 현실에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서민은 점점 더 빚더미에 앉게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빈곤층은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어차피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살자. 그래야 결국 살 놈이라도 살아서 나중에라도 죽을 놈들도 살릴 수 있다." 이게 요즘 세상을 움직이는 신자유주의 논리요, 초자본주의로 내닫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래서 골짜기 아래로 굴러떨어진 사람들의 고통은 단지 숫자로만 이야기된다. 실업자가 현재 몇만 명인데, 언제까지 몇만 명으로 줄 것이고, 현재 노숙자가 몇만 명인데 언제까지 몇 명으로…식이다. 이러한 숫자에는 자식이 다니고 싶어하는 학원을 그만두게 하고, 맞벌이하느라 밥도 챙겨주지 못하는 어미의 마음이 나타나지 않는다. 추운 밤을 넘기기 위해 깡소주를 마셔야 하고,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볼까 전전긍긍하는 노숙자의 서글픈 마음도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한 죄로 빚더미에 앉게 된 분노한 농민들, 수십 년을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회사를 위해 묵묵하게 일해오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쫓겨나야 하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 바로 이들에게도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성한 사람이든, 장애인이든, 신분이 높든 낮든, 남자이던 여자이든, 누구이든 인간은 차별받지 않고 소중하고 귀하게 대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에 많은 정치인이나 기업가, 그리고 언론인이나 종교인은 불우하고 가난한 서민과 사회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정작 이를 말없이 실천에 옮기고 지속해서 봉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참된 봉사는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봉사(Service)의 가치보다 더 큰 개념이 있다면 나는 연대(solidarity)라는 말을 하고 싶다. 봉사를 영어로 표현하면 'for you'가 된다. 즉 '누구를 위해서' 선행을 한다는 말은 내가 그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전제된다. 더 가졌거나, 더 많이 배웠거나 등등.

하지만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똑같은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봉사보다는 연대 즉 'with you'란 말이 더 적절해 보인다. 똑같은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내가 지닌 물질도, 시간도, 마음도 함께 한다는 개념이 더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함께하고 나눈다는 생각으로 살 수 있다면 착한 일을 하고 그렇게 생색낼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성경적 표현으로 지상이 아니라 바로 하늘나라에 복을 쌓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륜대 순교자 성지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