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663년 백강전투의 장소 중 하나로 추정되는 부여 백마강. 국제신문 DB

- 백제·日 사비성 되찾으려다
- 나·당 연합군에 참패한 전쟁
- 향후 한·중·일 관계에 큰 영향

- 역사 전공하지 않은 원로
- 날카로운 시선 큰 반향

세밑에 나온 김용운 박사(전 한양대 대학원장)의 책 '풍수화-원형사관으로 본 한·중·일 갈등의 돌파구'(맥스미디어)에 '꽂히고' 말았다. 저자가 수십 년 다듬은 '원형사관'을 앞세운 이 책은 곁에 두고 때때로 펼쳐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아등바등 애쓴 끝에 다 읽게 됐다. 마침 비슷한 영역으로 분류되는 저술가 김상태의 '일본, 사라지거나 해방되거나'(책보세)도 최근 눈여겨 읽은 터라 구미가 더 동했다.

이 책들은 서기 663년에 있었던 '백강전투'(백촌강전투)를 다룬다. 백강전투는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백제 수도 사비성을 함락한 660년 이후 백제를 회복하기 위해 백제와 일본 연합군이 나섰다가 참패한 싸움이다. 특히 이때 일본이 온 국력을 기울이다시피 참전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큰 틀에서는 두 책의 관점이 다르지 않다. 김상태는 북한사학자 김석형의 연구를 토대로 백촌강전투 이후 일본은 한반도와 연결이 완전히 끊기고, 8세기 들어 중국과 직접 교류했으나 이마저 9세기 말 중단된다고 상기한다. 그뒤 사실상 고립 상태에서 자기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 간다.

김용운은 한걸음 더 나간다. '백강전투를 이해하지 않고 현재의 한·중·일 삼국 구도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백강전투는 대륙, 반도, 열도의 지정학이 빚어낸 숙명적 국제 전쟁으로, 이 전쟁을 전후하여 삼국 관계뿐 아니라 각 민족의 심성도 크게 달라졌다.' 즉, 이 전투는 역사·문화적으로 동북아에서 중요한 '원형'을 이룬다. 저자는 심지어 현대의 6자 회담에까지 백강전투의 구도가 되풀이된다고 본다.

철학, 언어학, 수학사, 한·중·일 문명사 등의 분야에서 100여 권을 저술한 원로 석학인 김용운은 이 책에 대해 '전문 분야만을 고수하는 한국 아카데미즘에 대한 작은 반란으로 비칠 수 있다'고 머리말에서 밝혔다. 아울러 김상태는 1964년 생 저술가로 일본 관련 주요 저술을 빠짐없이 참고해 일반대중의 총체적 이해를 위해 이번 책을 썼다. 그도 일본사 전공자는 아니다.

이런 두 학자가 나름대로 치열하게 연구해 통합적, 총체적 시선을 갖춘 책을 내놓은 것이 반갑다. 이들의 결론이 결국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두 저자는 '지금의 일본이 앞으로 군국주의로 치달을 위험이 크다'는 지적에서 만난다. 김상태는 '일본은 본질에서 1000년 이상 무사(사무리아)정권을 유지했고 지금도 무사정권이다. 무사정권은 구조와 원리 상 보편적 이념을 갖거나 중시할 수 없으며 이는 위기의 해법으로 군국주의를 반복해서 불러올 것'이라고 한다.

김용운은 한·중·일 역사 문화 언어와 세계사까지 촘촘하게 살핀다. 그는 '문명 의식(보편적 이념)이 없고 국가 의식만 있었던' '무가적 실리 위주'인 일본 아베 내각의 다음 순서로는 군국주의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럴 때 한국의 민주적 발전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인식에서 두 저자가 만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딱딱한 한국 학계 풍토에서 해당 학계 '바깥'의 지식인이 통합적인 관점에서 묵직하고 활달한 저작을 내놓은 점은 환영할 만하다.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학계뿐 아니라 시민의 관심이 이어진다면 우리 학술 풍토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