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거나 먹거나
- 김주현 글 /문종훈 그림 /학고재 /1만2000원
　
-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책을 좋아했을까?
- 마술연필 지음 /김미은 그림 /보물창고 /1만1000원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추운 날씨에 바깥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간을 활용해 우리 아이들이 책 읽기에 빠져드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하는 부모가 많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책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우리 선조들을 통해 알려주는 건 어떨까. 선조들의 책 사랑을 흥미롭게 전해주는 신간 2권을 소개한다.

조선이 낳은 최고의 책벌레, 이른바 책에 미친 사람으로 알려진 이덕무는 정조 때 활약한 실학자다. 온갖 책에 두루 통달하고 박식하기로 이름이 높았으나 자신을 스스로 간서치(看書痴), 즉 책만 보는 바보라고 불렀다. 서자 출신으로 벼슬길에 나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정조 때 규장각에 발탁돼 책들을 정리하며 오류를 잡아내고 새로 편찬하는 일을 했다.

책, 읽거나 먹거나는 이덕무가 남긴 수필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이야기다. 어느 날 이덕무는 좀이 책을 파먹은 것을 보고 화가 나 이 벌레를 찾아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파먹힌 글자들을 보니 추국(秋菊) 목란(木蘭) 등 향기로운 풀을 뜻하는 글자들이었다. 이에 이덕무는 호기심이 생겨 아이들을 시켜 책장을 수색하게 한다. 마침내 그 벌레를 찾았으나 순식간에 달아나 놓치고 말았다는 기록이다.

이 책은 이덕무와 책벌레의 만남을 가상해 만들어낸 동화다. 사람 '책벌레'와 진짜 '책벌레'는 책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꼭꼭 씹어 먹는다는 의미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또 방식은 다르지만 책을 사랑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기묘한 우정을 소재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아이들로 하여금 책 읽기의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 이와 더불어 친구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의 의미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우리 선조 중에는 평생 책을 벗 삼아 살아간 인물이 많다. 이들은 모두 책에서 길을 찾으며 평생 책에 대해 식지 않는 열정을 불태웠다.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책을 좋아했을까는 역사상 유명한 책벌레이자 위대한 책벌레 9명을 엄선해 소개한다. 조선시대 책벌레들의 삶을 재미있고 쉽게 동화로 풀어냈다.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세종대왕을 비롯해 '여자애가 책은 읽어서 뭐해?'라는 편견을 딛고 일어선 신사임당, 아들들을 위해 유배지에서도 글을 썼던 정약용 같은 위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뿐만 아니라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책 애호가 유희춘, 동네 바보에서 최고의 시인으로 거듭난 김득신, 책장수 조신선 등도 등장한다. 왕부터 선비, 시인, 책장수 등 9명의 신분과 직업은 각기 다르지만 책에 대한 애정만은 모두 한결같다.

익히 잘 알려진 위인들이라도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 많아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또 한 명의 인물이 끝날 때마다 관련한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책을 잘 읽는 방법과 책 관련 직업 등 아이들이 그 시대와 인물들에게 궁금해할 만한 다채롭고 유익한 내용이 쉽고 재미있게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