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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신춘문예] 당선자 이야기마당

'문인' 이름 단 4명, 드넓은 세계 출발선에 서다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4-12-31 19:34:17
  •  |  본지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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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주현, 송지은, 오은주, 김분홍
# 동화 김주현

- 대학 아동문학 수업 받으면서
- 어릴 적 동화작가 꿈 깨어났죠
- 신춘문예 처음 도전해 당선
- 더 열심히 하라는 뜻 같아요

# 단편소설 송지은

- 저세상으로 떠난 동생 옷 입고
- 작품 마무리하던 생각나네요
- 아이 책 읽으며 소설 참맛 느껴
- 내 목소리로 폭넓은 작품 쓸 것

# 시조 오은주

- 당선 통보받고 수업 중에 울었죠
- 수필 쓰다 한계 봉착 때 시조 만나
- 글 쓰면서 막힐 땐 혼자 걸어요
- 아름다움 잘 가꾸는 작가 되고파

# 시 김분홍

- 시 쓰려고 취미인 마라톤 중단
- 소식 없자 어머니 "내일이라도…"
- 정말 그 다음 날 전화가 왔어요
- 마라톤처럼 꾸준히 달려갈 것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공모에는 전국에서 시 부문 299명(1307편), 단편소설 110명(112편), 시조 92명(362편), 동화 122명(126편)이 응모했다. 신춘문예는 부문별로 딱 한 사람만 뽑는다. 오로지 당선인(당선작)이 있을 뿐 우수상이나 인기상, 차하, 참방 같은 다른 등급이 없다. 바로 이 '오직 한 사람의 한 작품' 규칙에서 신춘문예의 고통과 영광이 모두 나온다.

시 김분홍(52·대전시), 단편소설 송지은(51·강원도 춘천시), 시조 오은주(48·경북 경주시), 동화 김주현(24·서울시).

어렵고 치열한 경쟁 끝에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부문별 당선의 영예를 안은 이름이다. 2015년 을미년을 '문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하는 네 사람을 초청해 이야기 한마당을 펼쳐봤다. 이들 신인 문인의 청신하고 힘찬 기운은 새해 새 기운과 참 잘 어울렸다.


■하늘나라에서 동생이 응원한 듯

오은주=피아노 여섯 대를 놓고 피아노학원을 운영해요. 국제신문에서 전화가 왔을 때 수업 중이었거든요. 피아노 소리 때문에 전화 소리를 못 들었는데 원생이 전화를 가져다줬어요. "당선"이라는 통보를 듣고는 수업이 안 되더라고요. 울었죠. 학생들이 "왜 우세요"라고 묻기에 "응! 좋아서"라고 말하고 또 울었죠.

송지은=춘천에 살아요. 그런데 그날은 부산에 여행 와 있었어요. 오전에 광안리 카페에 앉아 무심코 '당선소감'이라고 제목을 써봤어요. 그리고 오후에 보수동책방골목 앞 건널목에 서 있는데 당선 전화를 받았죠. 다리가 떨려서 건널목을 못 건넜어요. 두 달 전에 글 쓰는 저를 응원하던 동생이 저세상으로 떠났거든요. 사랑하는 동생이 가 버려 슬픈 중에도 동생이 입던 외투를 껴입고 이 악물고 작품을 마무리하던 생각이 많이 났어요.

김분홍=어머니가 시력을 거의 잃으셨어요. 매일 기도하시죠. 투고해놓고 시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엄마, 어떡해. (당선)연락이 안 와" 했더니 어머니가 "아냐. 내일이라도 올 거야"라고 했는데 정말 그 다음 날 당선 전화가 왔어요.

김주현=대학(연세대 아동가족학과)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휴학 중인데 올해 복학해요. 다른 친구들이 취업준비로 인턴 참가하고 공모전 준비할 때 저는 동화를 배우고 썼어요. 신문사 전화받고는 하루 내내 울고 웃고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생각이 많아져 잠을 못 잤어요.


■마라톤 풀코스 뛰는 기분으로

김분홍=취미가 마라톤이었어요. 풀코스를 18번 뛰었어요. 보스턴마라톤과 도쿄마라톤에서도 완주했죠. 시를 배우고 쓰려고 사회활동과 마라톤을 정리했죠. 바깥 활동이 많으니 산만했거든요. 시가 정말 좋아서 하루 내내 시를 생각하고 읽고 써요. 친정어머니를 집에 한동안 모셨을 때 날밤을 새워가면서 쓰고 읽기만 하는 제 모습 보시고 걱정할 정도였죠. 2009년쯤 시 공부를 제대로 시작했는데, 마라톤처럼 꾸준히 달릴 겁니다. 신춘문예는 세 번째 도전 만에 당선됐네요.

송지은=국문학과를 나왔지만, 오랫동안 문학은 끊고 살았죠. 그러다 아이들 키우면서 소설의 참맛을 봤어요. '해리 포터'를 어릴 때 사줬는데 아이가 안 읽고 남을 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런가 싶어 8권을 다 읽었어요. 굉장한 묘미가 있더군요. 첫째가 군대를 갔다 왔는데도 공부를 별로 안 하기에 '아이한테 꿈꾸라, 뭐하라 말만 하는 내가 부끄럽다'고 느꼈죠. 그래서 애들이랑 같이 공부했어요. 그게 좋은 기억입니다. 김유정문학촌에 작업방도 냈고, 지난 3년간 거의 골방에 박혀 글만 쓴 것 같아요.

김주현=초등학교 때부터 동화작가를 꿈꿨는데 고교 입시 때 완전히 잊어버렸습니다. 대학 전공을 아동가족학으로 잡고 공부하면서 그 꿈이 다시 깨어났어요. 아동문학 수업을 받으면서 그걸 느꼈죠. 다니는 대학의 미래교육원에 동화 창작 과정이 있어서 들어가 공부한 게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문우와 선생님을 만났거든요. 슬럼프에 빠졌을 땐 그런 분들이 주위에서 믿어주고 칭찬해준 게 큰 힘이 됐습니다.

오은주=여고 땐 문학소녀였지만, 한동안 접고 있어야 했죠. 서른아홉 살 때 시부모와 친정 부모께서 모두 돌아가시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내가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 즈음 수필을 시작했는데, 좋았지만 나의 이야기를 뭔가 계속 써야 할 것만 같은 한계를 만났어요. 그때 시조를 만났습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두 아이가 공부할 때 나도 함께 시조를 공부했죠. 시간을 쪼개 산책하고 시조를 읽고 쓰며 독학을 주로 했습니다.


■새해에 우리는 모두 출발선에 섰다

송지은=소설 쓰기에 처음 도전할 땐 한풀이처럼 자기 이야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그게 아니었어요. 내게 억울함을 준 친구에 대해 쓰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그 친구의 처지가 돼 보고 그런 시선을 가져보는 것. 삶과 세상을 객관화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포용하고 '힐링'을 체험하는 게 소설이라고 봐요. 지금까지는 신춘문예 통과를 목표로 소설을 썼다면, 이낸 내 목소리를 가진 좀 더 폭넓은 작품을 끝까지 꾸준히 쓰고 싶습니다. 매번 재능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절감하지만요.

김분홍=시는 '한 줄'이라고 생각해요. 압축하고 언어를 다듬는 묘미에서 열 장, 스무 장 이상의 감동을 받고는 합니다. 저는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좋은 작품에서는 배우의 표정 안에 숱한 이야기가 담겨 있잖아요. 그런데 신춘문예 응모를 준비하면서 계속 시를 쓰는 데만 집중하니 제가 고갈되는 느낌, 상상력의 벽 같은 걸 느꼈습니다. 더 깊이 공부하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마라톤처럼, 끝까지 꾸준히 뛰는 건 자신 있거든요.

김주현=저는 이번에 신춘문예에 처음 도전했는데, 당선되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했다'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 더 열심히 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오는 3월이면 대학에 복학하는데 공부도 하면서 꾸준히 동화를 쓰는 게 목표입니다. 출발선에 선 제게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특히 오늘 다른 부문의 당선자분을 뵙고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오은주=시조가 어렵긴 합니다. 정서와 이미지를 생생하게 표현해야 하면서도 형식의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런 제약에서 시조만의 아름다움이 나온다는 걸 떠올리면 이것은 '아름다운 구속'입니다. 그 깊은 아름다움을 잘 가꾸는 시조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시조를 쓰면서 막힐 때면 혼자 걷습니다. 경주 남산도 가고 집 주변도 걷고요. 그러면서 빨리 가지 못해도 천천히 끝까지 가자고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다듬는 시간을 거쳐 저의 개성이 잘 드러나면서도 우리 민족의 보배인 시조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시조를 쓰고 싶습니다. 2015년은 그 출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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