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와 스타워즈, 태권V하고 마징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골목길 아이들의 끝없는 논쟁은 흘러흘러 50년 세월의 지천명 나이가 되어도 내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누가누가 높을까? 높은 곳에 살면 사람도 높아지나? 마린보이 없는 마린시티, 역시 부산~!

사람들은 새해를 어떻게 맞이할까? 이 도시는 어떤 모습으로 2015년을 시작할까?

사진기를 둘러메고 거리로 나선다. 시장으로 갔다. 시장에서 하하호호 아웅다웅 사람들 사는 모습만 봐도 '살아야겠다'고 힘이 솟는다는 이가 많다.

시장상인들께 새해 소망을 종이에 써달라 부탁하니 쓱싹쓱싹 적는다. 그 종이를 들고 밝은 표정으로 찰칵! 그렇게 찍은 사진에 '오늘 부산'을 사는 시민의 삶과 바람이 찍혔다. 이렇게 '새해 소망 촬영'을 다녔다. 유치원 아이들은 '엄마가 동생을 낳게 해주세요' '엘사 스티커 갖고 싶어요' 등등 소원을 쏟아냈다. 가족은 '건강', 중학생은 '효도'라고 썼다.

	앗, 인어공주가 나타났다. 수줍어서? 아님 19금의 불량스러움을 피하려고? 등 돌리고 망망대해를 보는 서구형 인어공주다. 수족관 속 펄떡펄떡 생선을 찾아 빠른 걸음 재촉하는 옆집 아저씨. 인어공주보다 초장집이 먼저. 역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초고층 건물에 올랐다. 거기서 본 부산은 아예 미래세계다. 이 모습에서 "역시! 부산"을 느끼는 시민도 많겠고, 이런 풍경이 아찔하고 조마조마한 이도 있을 것이다. 이어 원도심 골목길로 가자 칸칸이 낡은 복덕방 게시판이 찬 바람을 맞고 있다. 사람에 따라 "역시! 부산은 다양해." "역시! 부산은 해결할 일 많아"하고 달리 느낄 것이다. 2015년을 시작하는 부산의 표정과 마음은 다양했다.

'역시! 부산'이란 표현이 긍정의 감탄사로 이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민의 마음과 표정을 살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언론이 정식으로 보도하기엔 사소하고, 그냥 넘어가자니 아쉬운 장면이 일상에서 숱하게 지나간다. 그 장면 속에 사람과 도시의 현실과 바람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새해부터 국제신문에 매주 연재하는 '박희진의 역시! 부산'에는 그런 장면을 담고자 한다.



시장에서 식당에서 유치원에서 새해 소망을 물었다. 서동미로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참 소박한 바람을 들려줬다. '우리 아들 딸 손자 손녀 건강하고 하는 일 잘 되길 소망하고 행복하길 원하는 바이다'. 사하구의 식당 주인 부부는 '2015년 두 아들 군 복무 건강히 잘하기'를 기원했다. 한복을 곱게 입은 유치원 어린이들 소원 중엔 '로보트가 되고 싶어요''공주치마가 갖고 싶어요' 같은 절실한(?) 바람이 적지 않았다.

2015년 부산은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소원이 꼭 이뤄지는 도시이기를.

박희진·사진가·동주대 교수

▶박희진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나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부산대 대학원에서 미학 박사 과정, 경성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사진가로서 개인전을 10회 열고 사진 관련 책 6권을 출판했다. 20년 전 형편이 어려운 노인에게 영정 사진을 무료로 찍어 드리는 봉사활동을 시작해 지난해 말까지 2만 명에게 영정사진을 담은 액자를 증정했다.

	골목길 담벼락 가위는 금연 그림과 함께 1군과 2군으로 역할 분담한 듯. 불 붙은 담배 위 X 표시 금연 그림은 가위와 나란히 담벼락에서 지나는 시민을 위협(?)하기도 하고 자체로 골목풍경도 된다. 우리가 살아 있음을 확 느끼게 하는 가위. 새해다. 끊을 건 끊자!

	1963년 개장한 부산공동어시장. 하루 3000t 안팎 수산물이 거쳐 가고 100t급 어선 48척이 계류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다. 새벽이 밝아오기도 전에 시작해 시민들 출근 시간 전에 벌써 퇴근하는 어시장 모습은 현대인의 일상을 증명하는 또 다른 도시인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