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2층이 1층보다, 위쪽이 아래쪽보다 커진 집이 가분수집이다. 여기에는 나보다는 자식을, 오늘보다는 미래를 생각한 마음이 스며 있다.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서 32년간 통장을 지낸 이창호(오른쪽) 씨가 최원준 시인에게 이 마을의 가분수집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강덕철 선임기자

수학용어에 '가분수'란 것이 있습니다. 분자가 분모보다 더 큰 수를 이르는 말입니다. 3/2, 5/4, 9/7 등의 분수가 그것입니다.

부산 몇몇 곳에는 가분수처럼 아래층보다 위층이 넓고 큰 형태의 집들이 더러 있습니다. 일명 '가분수집'이라고 하지요. 주로 피란민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사하구 감천마을과 남구 우암동 일대의 마을 대부분이 이런 가분수집들입니다.

그럼 왜 부산에 이런 가분수집들이 모여 있을까요?

해방과 한국전쟁 공간에서 우리 부산은 일시에 몰려든 귀환동포와 피란민들로 넘쳐납니다. 이들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루핑집이나 수용소 판잣집, 심지어 소 검역소인 소막에서조차 신산한 그들의 삶을 이어갑니다.

자녀들이 장성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게 되자, 이들은 다락 같은 2층 형태의 집을 짓게 됩니다. 주로 자녀들이 생활하는 2층을 1층보다 몇 뼘 정도 더 크게 짓는 것이지요. 부모의 공간보다 위층 자식들 공간을 더 넓게 지어줌으로써, 자식들이 조금이나마 더 편안하고 넉넉한 공간에서 생활하기 바라는 부모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거지요. 그래서 가분수집은, 마치 부모가 자식을 업은 모습입니다. 우리네 부모의 '가없는 내리사랑'을 쏙 빼닮은 집이지요. 때문에 가분수집에는 벽돌 하나하나마다 가족의 애틋한 사연이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건축공학이나 건축미의 면에서는 가분수집이 별것 아닐 수 있습니다. 특별히 짓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모습 또한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가분수집을 보며 간직할 것은 그 속에 담긴 '마음'입니다. 나는 힘들어도 한 뼘 두 뼘 더 가족을 사랑한 마음이 모여 오늘의 우리를 이뤘습니다.

2015년, 우리 모두 큰 변혁을 앞두고 있습니다. 먼 길의 첫걸음을 시작할 때는 마음 준비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2015년의 출발선에 선 우리도 그렇습니다. 시민과 독자와 미래를 생각하는 국제신문의 마음도 마찬가지라 하네요.

하여, 가분수집 안에 쟁여진 따스하고 뭉클한 가족사를, 가분수집에서 살아왔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발 한발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최원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