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 미술계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아트마켓 활성화가 꼽힌다. 지난 4월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쇼부산2014' 모습. 국제신문DB

- 4개 아트페어 경쟁구도 형성
- 비평지 '비아트' 'POST' 창간
- 정형화 벗어난 갤러리 등장
- 내년 개관 이우환갤러리 주목

아트마켓 활성화와 다양한 전시 공간 및 새로운 미술비평 공간 창출은 올해 부산 미술계 성과다. 부산비엔날레는 전시감독 선정 논란 여파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내년 4월 문을 열 부산시립미술관 내 이우환갤러리는 새로운 미술 아이콘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트마켓의 명암

	올해 주목받은 작가 가운데 한 명인 이태호의 '물결' 연작. 강선학 미술평론가는 지난 9월 이 작가가 선보인 작품을 두고 '철학과 작가 정신을 갖췄다'고 평했다. 이태호 제공

국내 미술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부산에선 4개 아트페어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국내외 작품 4000여 점을 선보인 '아트쇼부산2014'(4월 18~21일)와 3000여 점을 내놓은 '제3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6월 26~29일)는 올해 세 번째 행사에서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제3회 BFAA 국제아트페어'(10월 10~13일)와 '유니세프와 함께하는 2014부산국제아트페어'(12월 18~22일)는 북한 미술품과 인도 기업인 컬렉터 유치로 관심이 쏠렸다. 내년에 '아트쇼부산2015'는 6월, 국제화랑아트페어는 4월로 시기를 바꿔 열린다.

아트페어는 부산 미술 시장의 외연 확장이라는 점에서 부산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호평을 받았으나 상업화 논란이 여전하다. 여기에 부산 작가가 참여할 여지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평 및 전시 공간 창출

미술문화비평지 '비아트'와 'POST'는 미술비평의 지평을 넓혔다. '부산에서, 부산의 시각으로 이뤄지는 미술비평'이 모토인 '비아트'는 비아트협동조합이 발간하는 80쪽 분량 격월간 무가지로 지난 8월 재창간호(32호)에 이어 지난달 '반전매력 호가프로젝트' 등을 담은 33호를 냈다. 부산의 대안공간 '공간 힘'과 광주의 '미테-우그로'가 만드는 'POST'는 지역 네트워크를 통한 비평·담론을 생산하는 계간지이다. 지난 23일 나온 2호는 '문화도시 광주와 창조도시 부산과 예술 활성화'가 주제다.

정형화한 갤러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 등장은 부산 미술의 든든한 자양분이다. '시민 누구나 쉽게 문화를 접하는 장소'인 부산 부산진구 영광도서 옆 소민아트센터는 5개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복합문화시설이다. 부산 금정구 금사공단에 들어선 예술지구_P는 갤러리와 공연장, 레지던스 공간 등을 갖췄다. 두 곳은 치과의사 부부와 기업인의 문화 마인드가 낳은 성과물이어서 의미가 크다.

■부산비엔날레 이후와 이우환갤러리

2014부산비엔날레(9월 20일~11월 22일)는 프랑스 출신 올리비에 케플렝 전시감독이 '세상 속에 거주하기'라는 주제를 내걸었으나 관객과 미술인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산미술인들은 무빙트리엔날레(9월 27일~10월 26일)를 별도로 열었다.

부산시와 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내년 1월 10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부산비엔날레 공개토론회를 열고 제도개선위원회가 마련한 조직 개선 및 발전 방안을 내놓는다. 전승보 제도개선위원회 책임연구원이 발제한다.

내년 4월 이우환갤러리 개관식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이 직접 설계하고 작품을 기증한 데다 "한국에 온 적이 없는 세계적 작가를 초청하겠다"고 의욕을 보여 주목된다.

올해도 많은 미술인이 다양한 전시회를 열었다. 이태호 개인전 '물결'전(9월 27일~10월 12일 갤러리 李)과 다카시 카와마타 '박스 컨스트럭션'전(9월 27일~11월 22일 갤러리 604), 프랑스 추상회화 작가 '베르나르 프리츠'전(9월 19일~10월 19일 조현화랑) 등에 관심이 쏠렸다. 부산건축가회는 제30회 부산국제건축대전과 한·중·일 건축가 30인전 등 성과를 거뒀다.

강선학 미술평론가는 "수치가 가치를 대신할 수 없다. 세상이 속도라면 느림에서 사유를 찾는 것이 미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