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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도의 나라 일본, 칼 집에 숨겨진 내면은

일본, 사라지거나 해방되거나- 김상태 지음 /책보세 /2만2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4-12-19 20:19:1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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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저지른 살인시합 놓고
- 日신문 미담으로 보도한 이유
- 날카롭고 주의깊은 질문 가득
- 역사·문화 등 이해하려고 노력

책의 제목이 조금 과격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일본, 사라지거나 해방되거나. 엄연히 있는 나라를 놓고 이렇게 '세게' 표현하는 것은 과연 적절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저자가 감정에 치우친 건 아닐까, 비판을 받는 쪽을 부적절하게 자극하는 책은 아닐까 등을 고민해야 했다.

일본을 다룬 책은 이미 많다. 사회과학, 인문과학, 예술 등 분야는 폭넓고 종류는 다양하다. 그렇다면 저술가 김상태가 쓴 639쪽짜리 신간 '일본, 사라지거나 해방되거나'는 지금껏 나온 다른 책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미덕 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어렵지 않게 그런 이유를 접할 수 있었다.

먼저, 이 책은 날카롭고 주의 깊은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 저자의 기본 태도를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 꽤 있는데 이를 살펴보자.

'일본인(일본 민중과 대비되는 일본 지배계급을 주로 지칭)은 무사도를 통한 필사적인 훈련을 통해 무자각의 경지에 이르렀다. 일본인은 죄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죄를 지은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다른 집단의 목을 베고 돌아와 그 손으로 자기의 아이들을 껴안아 줄 수 있으면 된다'(69~70쪽).

일본군이 저지른 난징대학살 때 일본 군인은 중국 아기를 하늘로 던진 뒤 공중에서 총검으로 꿰어버리는 '놀이'를 했다. 장교들이 '누가누가 살아있는 중국인 목 100개 빨리 베나' 시합을 벌인 사실이 당시 일본 신문에 미담으로 보도돼 있다. 이런 행태를 하게 하는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지 저자는 묻고 따지는 식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좋은 질문으로 가득 찬 책이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은 점은 방대한 자료를 '차출'했다는 점이다. 일본에 관한 책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저자는 권위 있는 자료, 세밀한 자료를 폭넓게 활용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가 아닌 대중의 한 사람으로 쓴 책이다'라고 강조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이 말은 저자가 역사학자나 일본 전공자가 아니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일반대중에게 일본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책이 인용한 책은 죄다 시중에서 누구나 구할 수 있고, 영상자료는 인터넷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책 속 자료뿐 아니라 이 책 자체도 일반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한다.

책이 다루는 영역은 폭넓다. 1941~1945년 태평양전쟁 당시 레이테 해전과 코코다 전투 등을 분석한 뒤 과연 일본군은 강군이었나 질문하고, 오로지 몰살이 기다리는 태평양 섬 지역에 군인 수만 명을 방치한 일본 지배층은 왜 그랬을까 질문한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뒤에 얽힌 일본 정치의 심리상태도 분석한다.

일본 고대사, 일본 민주주의, 일본 문화 등으로 저자는 논의를 넓혀간다. 이 책은 일본을 비판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해하려는 책이다. 그런데도 결론은 비판적 진단을 피해가지 못한다. '일본은 해방되지 못하면 위험해진다'(머리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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