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열(왼쪽), 장동석

책 읽는 인구는 줄어드는데 글쓰기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진 것 같다. 소셜미디어(SNS) 열풍에 힘입어 굳이 종이가 아니라도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을 블로그에 남기면 그것이 곧 영화 리뷰가 되고, 여행을 다녀온 행적을 SNS에 남기면 그것은 여행 글쓰기가 된다. 자기 생각과 일과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시대, 이제 사적 글쓰기는 일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각 분야에서 글쓰기 고수로 불리는 22인이 그 답을 글쓰기의 힘에 내놨다. 2005년 초판 이후 10여 년 만에 나온 개정판으로, 고재열(시사IN 문화팀장) 김경(칼럼니스트) 장동석(출판평론가) 이현우(서평가) 김봉석(대중문화 평론가) 등 출판, 영화, 인터뷰 등에서 '글'하나로 이름을 날린 이들의 노하우를 들여다볼 기회다.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이들이 내놓은 답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글쓰기에 왕도가 없기 때문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사실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 자신만의 역량에 따라 그것을 읽는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글이라면 어떤 글이라도 힘이 세다"고, '로쟈' 시리즈로 유명한 이현우 서평가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는 평범한 답을 내놓는다. 족집게 과외를 하듯 글쓰기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줄 것이라 기대했던 독자라면 섭섭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22명의 글쟁이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자신이 글쓰기를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들의 고백을 듣다 보면 자신이 어떤 목적의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인지, 얼마나 진심을 담고 있는지가 글쓰기의 답임을 깨닫게 된다. 영산대 김용석(교양학부) 교수의 말이 핵심인 듯하다. "다윈은 원래 인간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인간의 문화적 특성을 아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세 가지 활동을 들었다. 술 빚기, 빵 굽기, 글쓰기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활동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발효와 숙성이다. 이들은 자연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연습을 통해 시행착오와 실수를 극복해서 이루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