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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끼고 시원스레 뻗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의 철로. 이곳을 개발부터 하고 보겠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준 뒤 시민과 함께 가꾸자고 건축가인 김승남 씨는 제안한다. 국제신문 DB |
- "부산 수십년 개척·팽창의 역사
- 관주도 개발방식 아직도 남아
- 공공개발 사전예고제 등 대안"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부산 미포~송정 4.8㎞ 구간)에 당장, 빨리, 스카이라이더라는 놀이시설을 설치하고 돈이 되는 편의시설을 넣어 '삐까번쩍'한 관광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행정기관과 자본의 '사명감' 및 강박관념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그건 우연히 나온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것일까.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에 대한 '즉각적인 관광개발 강박증'은 부산의 도시개발 역사 전체를 봐야 비로소 갈피를 잡을 수 있고, 이를 극복하려면 시민을 제대로 주체로 내세우는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건축가인 일신설계종합건축사무소 김승남 사장은 비평전문지 계간 '오늘의 문예비평'(산지니)에 실은 '도시 디자인과 공공성-부산 도시개발에 대한 비판과 대안'에서 "부산 도시개발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의 이런 모습(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즉각 관광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조급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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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남 |
지금까지 나온 많은 글과 진단이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문제만 따로 똑 떼어내 거기에만 현미경을 들이댔는데, "일단 역사부터 알고 보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점이 신선하다. "(부산은)이미 1970년대 자연적인 공간 이용은 포화 상태였고, 1980년대부터는 지하철, 도시고속도로로, 터널과 교량을 통하여 한계에 이른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공간 팽창의 기반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난 백년 부산의 도시개발사는 한 마디로 끊임없는 자연 점유와 주변 지역 편입을 통한 개척의 역사였고, 기존 지역의 정비보다는 늘 새로운 지역의 개발에 집중한 팽창의 역사였으며, 그 지향점은 늘 더 크고 강한 부산이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이 같은 개발의 시대를 주도한 행정기관(부산시)의 조직, 철학, 사업방식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부산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관 주도 개발방식이 지역사회를 지배할 때 최고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자본은 언제나 이런 현실을 즐긴다는 것.
필자가 이글에서 펼치는 주장은 간명하다. 부산은 창조도시를 꿈꾼다고 하면서도 관이 주도권을 내려놓은 적도 없고, 시민을 제대로 주체로 내세웠던 경험도 없고,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창조적 풍토를 만들거나 그 수혜를 받은 적도 없다는 거다. 이런 역사와 풍토가 모이고 이어진 결과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 대한 즉각적 개발 강박증이라는 주장이다.
제시하는 대안도 선명하다. 첫째 공공개발 사전예고제 도입. 둘째 모든 공공개발 과정을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시스템 구축. 셋째 도시개발의 정상적인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도시개발 체크리스트 작성.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80년 동안 오염 속에서 고단한 시간을 보낸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 대해 서두르지 말고 회복과 휴식의 시간을 주자고 필자는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