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꾼 신은주 씨가 몇가지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몸이 곧 표현의 도구다. 언제든지 춤을 출 수 있으려면 늘 준비한다."는 신 씨는 매일 2~3시간씩 꾸준한 연습으로 몸을 가다듬는다.
부산 동구 범일동 거리는 노란 은행잎으로 물들었다. 1970년대 부산시민회관을 중심으로 지역문화 부흥기를 이끌었던 이 일대에는 중장년층에게는 원도심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공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26일 오후 부산의 중견춤꾼 신은주(48) 씨를 만나기 위해 이곳 범일동에 자리 잡은'부산춤공간shin'을 찾았다. 지금의 중장년층이 학창시절 청운의 꿈을 안고 열정의 밤을 보냈던 부산학원 건물 10층에 있는 '부산춤공간shin'은 신 씨가 지난 2011년 개관했다. 부산의 유일한 '춤 전용 극장'이자 무용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시설을 갖춘 이곳에서 문화예술인 특유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부산춤공간shin'을 운영하면서 '신은주무용단'까지 꾸리는 신 씨는 왜 레지더스 프로그램을 마련했을까.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신은주 씨가 운영 중인 부산춤공간shin의 무대 모습. 2011년 개관했다.
◇공연무대 '모자람'의 갈증 푸는 프로그램
이곳 공간의 특징은 극장 위에 위치한 레지던스 시설. 신 씨의 도움으로 함께 둘러보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세 개의 방과 샤워실, 주방, 자료실 등은 예술가 거주를 위해 마련된 장소였다. 널찍한 복도는 다같이 어울려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신 씨는 "해외로 공연을 나가거나 다른 팀과 작업을 할 때 무대에만 섰다가 끝나버리는 것이 아쉬웠다. 그것만으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두고 함께 대화하고 연습하다 보면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몸짓으로 말하는 무용의 경우엔 더욱 효과적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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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공간shin과 함께 마련된 레지던스 시설. 예술가들이 일정기간 머물며 공동작업과 교류를 해나가는 곳이다. |
신 씨가 설명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지역에서 일정 기간 머물며 작업을 해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곳의 문화, 환경, 커뮤니티와의 교류를 통해 영감을 얻고, 현지 예술인과의 공동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예술인들의 작업 형태로 미술, 무용,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부산에서는 미술과 관련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무용을 위한 공간은 신 씨가 처음 시도했다. 4년째 이어온 이 프로그램은 공연이 끌날 때마다 항상 느꼈던 '모자람'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일상"이라는 신 씨는 일상을 나누며 토론하고, 부대끼고, 안무를 만드는 과정이 매우 즐겁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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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공간shin과 함께 마련된 레지던스 시설. 예술가들이 일정기간 머물며 공동작업과 교류를 해나가는 곳이다. |
"외국에서 공연 초청을 받았는데, 작품만 보여주고 돌아오는 건 아쉬워 먼저 주최 측에 연락했어요. 주변 학교, 공연장 등과의 워크숍을 잡아달라고. 반가워하면서 자리를 마련해 주더군요. 며칠 동안 한복은 어떤 것이고, 부채춤은 어떤 것이며, 한국 춤문화는 어떠하다, 일일이 몸으로 보여주며 설명했어요. 그런 후에 보여준 우리 무대가 현지에서 얼마나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지 몰라요. 한국춤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죠."
이달 초에는 '한·일 젊은무용가 인큐베이션'을 기획했다. 20~30대 초반의 한국과 일본 젊은 무용가들이 6일간 함께 먹고 자며 워크숍을 진행했다. 여기서 신 씨는 젊은 무용가들이 자신들의 작품 세계와 열정을 나누는 모습이 참 부럽고 좋아 보였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이 같은 작업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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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꾼 신은주 씨가 몇가지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
◇"평생 춤을 추며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
무용단을 이끌고, 극장을 운영하고, 행사까지 기획해 처리해야 하는 이 예술인은 '강하고 노련한 여장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예상은 빗나갔다. 직접 만나본 신 씨는 그저 성실하게 열정을 지켜온 춤판 위의 '춤꾼'이었다. 경성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후 안무가로 활동하는 그는 침체된 지역 무용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여전히 동분서주하고 있다. 춤을 위해 살았다는 그는 앞으로도 '춤꾼 신은주'로 불리길 원했다.
"사고치는 것을 즐겼다"는 신 씨는 "어떻게 일을 벌려 왔는지 나도 모르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늘 변화를 찾아 움직였다. 정체된 것을 싫어한다"는 기질이 자신은 물론 지역 무용계에 힘이 되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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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꾼 신은주 씨가 몇가지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
"평생 춤을 추며 살고 싶다"는 신 씨의 열정에 후원인들도 발벗고 나섰다. 극장과 레지던스 시설이 들어선 이곳도 당시 부산학원에서 흔쾌히 무상으로 내어준 공간이었다.
대창솔루션, 환경바이오 등의 기업을 비롯해 개인의 후원도 잇따랐다. 후원인들의 이름은 극장 의자에도 새겨져 있다.
"받은 만큼 더욱 열심히 돌려줘야 한다"는 신 씨는 대중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노력하지 말라." 무슨 뜻인가 되물으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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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실하게 춤꾼으로 살아온 신은주 씨. 앞으로도 '춤꾼'으로 불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공연에서 답을 찾거나 무언가를 발견해내려고 노력하다 보면 무용이 어려워져요. '답'이 없는데 답을 찾으니 어렵죠. 권위적으로 자신의 해석만을 강조하는 것 저는 무척 싫어합니다. 공연에서 각자 느끼는 것을 나누고 즐기면 되는 거죠. 그런 배경에서 소극장 공연은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밀도 있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으니 한 번 와서 공연을 직접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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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꾼 신은주 |
◇신은주는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춤꾼이다. 일본 이탈리아 러시아 등 세계 무대에서도 공연하며 전통춤을 알렸다.
'신은주무용단'의 예술감독이며 중요 무형 문화재 제 92호 '태평무', 지방무형문화재 제3호 학산 김덕명 '양산학춤' '호걸 양반춤' '연등 바라춤' 이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제 6회 KBS부산 무용 콩쿠르 대상, 제4회 부산 무용제 안무 대상 등을 받았으며, 동서대와 창원대 대학원 등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