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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드는 이기적인 일, 잠

잠의 사생활- 데이비드 랜틀 지음 /이충호 옮김 /해나무 /1만6000원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14-11-21 19:30:5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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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카유보트의 1877년 작품 '낮잠'. 해나무 제공
20년 넘게 고약한 잠버릇 탓에 고생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 어느 날 잠결에 크게 다친 뒤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의사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자 잠에 관한 궁금증에 빠져든다.

'왜 우리는 잠을 잘까? 남자는 여자와 잠을 자는 방식이 다를까? 꿈은 왜 꿀까? 부모가 갓난아기를 재우는 일은 왜 어려우며, 세계 모든 사람이 왜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까? 왜 어떤 사람은 코를 골고, 어떤 사람은 골지 않을까? 잠은 무엇일까?'

잠의 사생활은 미국 로이터통신 수석기자이면서 뉴욕대 저널리즘 겸임교수인 저자 데이비드 랜들이 자신의 수면 장애 경험을 토대로 이런 문제에 답한 책이다. 저자는 역사, 문화, 심리, 과학, 신경학, 정신의학 분야 자료를 두루 살피며 신비로운 잠의 면모와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세계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가 1964년 유에스오픈과 브리티시오픈 대회에서 겪은 이야기다. 그는 유에스오픈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으나 공동 23위에 그쳤다. 3주 후 브리티시오픈 참가를 앞둔 그는 컨디션을 되찾아 공을 다시 페어웨이로 올려놓는 꿈을 꿨고, 꿈에서 했던 것처럼 클럽을 잡고 브리티시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저자는 잠에 빠진 뇌가 꿈꾸기 같은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깨어 있을 때는 풀지 못했던 문제를 창조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폴 매카트니는 비틀스의 대표곡 '예스터데이'의 멜로디를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떠올렸고, 평범한 주부인 스테페니 마이어가 한 소녀와 아름다운 뱀파이어 이야기를 꿈을 바탕으로 쓴 책이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트와일라이트'라는 일화를 덧붙인다. 구글, 나이키 같은 회사는 낮잠이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사무실에 수면실을 운영한다.

부부가 잠잘 때 침대를 같이 쓰는 것이 좋을지, 따로 쓰는 것이 좋일지에 관한 문제 제기와 갓난아기와 부모가 모두 편하게 잠을 자는 방법 등은 무릎을 치게 한다.

2009년 사랑하는 사람과 침대를 함께 쓰는 것은 섹스에는 좋지만, 그 밖의 점에서는 좋지 않다는 과학적 주장이 제기됐다. 닐 스탠리는 다른 사람과 침대를 함께 쓰는 사람은 혼자 잘 때보다 밤중에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50%나 높다며 "잠은 이기적인 일이며, 누구도 여러분의 잠을 함께 나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모와 갓난아기의 수면 부조화는 생물학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갓난아기는 하루에 필요한 수면 시간이 16~17시간이나 되고 잠을 여러 번 나눠 자는 반면 부모는 하루에 필요한 잠의 양이 아기의 절반에 그칠 뿐만 아니라 한 번 잠에 빠지면 깰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잠은 삶에서 단절된 순간이 아니라 인생이란 무엇이냐는 전체 퍼즐에서 빠져 있는 3분의 1"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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