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개봉하는 부산 독립영화 '못'의 서호빈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 "작년 BIFF 초청작 타이틀에도
- 배급사 만나 상영까지 가시밭길
- 마케팅 비용 없어 발로 뛰었죠
- 작품 성패의 관건은 결국 돈
- 부산영화계 귀담아 들었으면"

매주 극장가에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개봉관을 잡기 위해 수많은 영화사가 피나는 경쟁을 하고, 설사 극장을 잡았다 하더라도 관객이 들지 않으면 일주일 만에 포스터를 내려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대기업의 물량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는 독립영화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못'의 서호빈(30) 감독 역시 치열한 개봉 전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청작인 '못'은 전국 예술영화 전용관 30곳에서 개봉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개봉관을 확정 짓기까지 하루하루 초조함의 연속이었다.

"이달에 개봉하는 독립영화가 10편이나 됩니다. 그렇다 보니 개봉 날짜를 정하는 것부터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다행히 CGV, 롯데시네마 예술영화관 상영이 확정돼 개봉관이 예상보다 늘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해외 영화제 출품에 신경을 썼다. 'BIFF 초청작'이란 타이틀에 기대 막연히 개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컸다.

"첫 장편영화 '못'은 적은 예산으로 힘들게 찍은 작품입니다. '지슬'의 양정훈 촬영감독과 추경엽 조명감독 같은 좋은 스태프와 충무로 기대주들이 참여한 만큼 작품 욕심은 컸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BIFF에 초청됐고, 때마침 영화제에서 배급사도 만났으나 극장 개봉까지는 가시밭길이더군요."

서 감독은 배급사의 마케팅과 별개로 영화진흥위원회 다양성영화개봉지원사업에 응모해 가장 높은 등급을 얻어 3000만 원을 지원받았고, 소셜펀딩도 시작했다. 직접 발로 뛰며 예술영화 상영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는 일도 마다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배운 점이 많았다.

"영화 개봉의 성패는 결국 '돈'이더라고요. 도시철도나 인터넷 배너 등 다양한 광고 수단을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비용이 없으면 어려웠습니다. 1차적으론 '작품'이 좋아야 하겠지만 영화를 만들 때 처음부터 마케팅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부산에선 '영화만 잘 만들면 된다'며 촬영에 필요한 돈만 생각하는데, 실제론 영화 기획 단계부터 극장 개봉까지 치밀하게 계산하고 따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영화를 만드는 데 급급한 부산 영화계가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인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못'의 한 장면. 마운틴픽쳐스 제공

"지방의 신인 감독이 전국 개봉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이제라도 방법을 찾았으니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더 고민해야겠습니다. 최소한의 수익을 내야 다음 영화도 찍을 수 있고, 그래야 계속 제가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할 수 있잖아요."

그의 다음 목표는 3억 원짜리 영화를 찍는 것이다.

"이번에 직접 부딪쳐보니 시나리오가 좋으면 서울에서 투자받기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더라고요. 정말 말도 안 되는 돈으로 스태프들의 열정을 착취하면서 영화를 찍지 않으려면 적어도 3억~5억 원은 있어야 해요. 다음 영화는 재미있으면서도 정신이 살아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영화 '못'

친구 4명이 10대 마지막 겨울을 자축하려고 아지트 '못'에 모인다. 그런데 한 친구와 또 다른 친구의 여동생이 사라지고, 여동생은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날 사건 이후 뿔뿔이 흩어진 그들은 4년 만에 재회하며 그날의 진실을 마주한다. 영화 '못'은 가장 가까운 친구와 친구 사이 관계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접근한다.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 호효훈, 강봉성, 이바울, 변준석 등이 주연을 맡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처음 선보였고 다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