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속깊은 부산 문화 이야기를 담은 책 두 권을 펴낸 주경업 부산민학회장. 국제신문 DB |
- 지역 문화현장 답사 자료 모아
- '부산학, 길 위에서…'도 내놔
1초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고집스럽게 우리의 전통 맥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때론 늘푼수 없다, 구닥다리 같다는 '퉁박'을 듣지만, 숙명처럼 묵묵히 우리 문화를 지켜가고 있다.
부산민학회 회장이며 화가인 주경업 씨가 우리의 뿌리문화를 지켜온 사람들의 기록을 '속 부산의 꾼·쟁이들'(부산민학회)에서 펼쳐 보였다.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본지에 연재한 56명의 사연을 보완해 한 권으로 엮었다. 저자는 2007년 '부산의 꾼·쟁이들을 찾아서'를 펴낸 것을 시작으로 오늘까지 우리 주변에 묻혀 있는 꾼·쟁이들을 찾아 쉼 없이 발품을 팔고 있다.
"나는 우리 문화의 화두를 '굼뜸'에서 찾는다. 우직스럽게 굼뜬 느림이야말로 우리 문화를 지켜온 힘이다. 우리의 문화 뿌리를 지켜온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서고 만나고 느끼고 함께하며 그들의 '굼뜨고 우직한 삶'을 기록했다."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전통공예와 민속이 좋은 이들을 전통 꾼·쟁이로, 현대적인 예술세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근대 꾼·쟁이로 통칭했다. 우선, 전통 '꾼'들로는 민속예능을 지켜오는 이들과 전통음악을 계승하는 춤꾼들, 굿판에서 자라 무속일가를 이룬 무당·박수를 소재로 했다. 김진홍(한량춤), 김성율(수영들놀음 수양반), 이성훈(동래학춤), 김종열(수영지신밟기 포수), 강신일(부산농악 상쇠), 김동언 김동열 부부(동해안별신굿) 등이 그 주인공이다. 전통 '쟁이' 편에서는 전승공예 진작에 신명을 바치는 이들과 한복 디자인 및 불화를 계승하는 이들의 삶과 예술을 소개했다. 김금자(자승공예가), 안해표(화혜장), 이석금(탈쟁이), 이영애(우리옷 디자이너), 하경진(석정 스님 의발제자 불화장) 등이 등장한다.
근대 꾼·쟁이들 편에서는 박태식(실버뮤지션), 최대호(로맨티스트 가객), 박혜명(승려 시인), 김봉진(원로 서양화가), 전승환(연극연출가), 주영목(남포동 구두병원장) 등을 내세웠다.
'색소폰이 Danny Boy를 솔로 연주할제면 다른 악기들은 숨을 죽인다. 3옥타브를 오르내리며 왼손과 오른손으로 번갈아 트로몰을 연주하면서 소리를 토해내면, 온몸이 전율로 떨며 마음 깊은 곳에서 뜨겁게 달군 멍울 덩어리가 가슴으로 차오름을 느낀다'. (실버 뮤지션 알토 색소포너 김경오 중) "반드시 현장에서 보고 듣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현장이 살아 숨 쉬는 장면이다. 저자는 "우리 젊은이들이 인고의 세월동안 일가를 이뤄가는 사람들의 '느림의 철학'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부산 역사와 문화 현장 답사 자료를 모아 펴내는 '부산학, 길 위에서 만나다' 네 번째 책도 함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