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조합원들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노동을 변호하다/김건수 지음
- 오월의봄/1만4500원

'노동자'란 단어만 들어도 피가 끓던 시절이 있었다. 1970~1980년대 온 나라가 개발 논리에 휩쓸려 노동자의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던 시절, 전태일의 분신을 계기로 노동운동의 불길이 거세게 일었다. 그렇게 한국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 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과연 이 땅의 노동권은 제대로 보장되고 있을까.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으로 노동자의 삶은 더 팍팍해졌으며,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무덤덤해졌다.

27년간 노동 변호사로 살아온 저자가 펴낸 노동을 변호하다는 30년 한국 노동운동의 기록이다. 1988년 저자가 노동 변호사로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 직접 맡았던 25가지 노동 관련 소송을 통해 이 땅의 노동자가 어떤 대우를 받았고,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지켜왔는지 알 수 있다.

책은 캐디노조 설립신고 행정소송, 서울대병원 법정수당 소송, 현대전자 채용내정 취소사건, 공무원노조 창립대회 사건 등 그동안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던 노동 소송의 전말과 진행 과정을 소개한다.

저자는 여러 소송을 통해 노조 설립과 단체교섭의 의미, 부당해고에 맞서는 방법 등 노동권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노동자의 곁을 지켰던 저자의 외침은 분명하다. 각종 규제 개혁을 운운하며 기업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노동자의 권리는 오히려 짓밟히고 있다. 저자는 이 때문에 노동법을 제대로 알고 지켜야 하며, 나아가 노동법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각자의 삶에 지쳐 남의 억울함에 무덤덤해진지 오래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자의 투쟁이 더 외롭고 쓸쓸한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과연 남의 일이기만 할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자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