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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공연한 '오페라 인
콘서트-피가로의 결혼'의 한 장면. |
오페라가 대중 속으로 들어왔다. 지난 17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오페라 인 콘서트-피가로의 결혼'에서는 '멘붕' '여보오옹~' '훈남'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유행어 자막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엄숙한 공연장이 관객들의 킥킥거리는 웃음으로 가득 찼다. 꾸벅꾸벅 잠을 이기지 못했던 관객도, 심드렁하게 지켜보던 관객도 자세를 바로잡았다. 신조어 몇 개가 공연 전체에 시원한 청량감을 불어넣었다.
오페라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아리아 가사를 무대 뒷 벽에 영사한다. 일반적으로는 단순히 대사를 번역한 내용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관객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게다가, 대다수 오페라가 몇 백년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극중 대사를 그대로 번역한 자막은 현대 대중들의 정서와는 적잖은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피가로의 결혼'은 그 자체가 권위의 파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하인의 결혼식에 초야권을 부활하려는 남작에 '감히' 맞서는 하인들의 모습은 당시 귀족들의 권위를 파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당시 귀족은 이제 없지만, 전통 예술은 아직도 대중들에게 문턱이 높고 권위적이다. 하지만 이날 공연 자막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신조어를 사용해 '오페라'라는 전통 예술이 갖고 있는 권위를 파괴한 참신한 시도였다. '피가로의 결혼'의 의미가 현대 문화에 적절하게 응용됐다.
이날은 보통 '서곡' 연주 때 나오는 하인들의 청소 장면을 과감히 생략한 점이 눈에 띄었다. 무대 디자인은 다소 썰렁해 보였지만, 세워진 침대 등의 시도는 참신했다. '진짜 오페라'를 표방한 공연이지만, 오페라 합창이 일체 등장하지 않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약점은 극 중 케루비노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김수현 등의 '몸개그' 투혼으로 어느 정도는 상쇄됐다. 한 관객은 "공연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때 쯤 케루비노가 흥얼거리는 '부산갈매기' 등으로 분위기를 환기한 연출이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