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부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에서 올해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참가자들이 AFA 선배 에드윈 감독의 '동물원에서 온 엽서'를 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18일 동안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
- 올해 네팔 등 17개국 24명 참가
- 송일곤 감독 연출지도 교수 맡아
- 아시아영화학교 관계정리 고민

지난 9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8관. 영화 '동물원에서 온 엽서' 상영이 끝난 뒤 깜짝 이벤트가 펼쳐졌다. 관람객인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학생 24명과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자 AFA 선배인 에드윈 감독이 만난 것이다. BIFF 측은 올해 AFA 10주년을 기념해 뜻깊은 자리를 마련하고자 에드윈 감독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 시작한 AFA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AFA는 아시아 각국 영화학도들이 BIFF가 열리는 부산에서 18일간 함께 지내며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단기 워크숍 프로그램이다. 올해 AFA에는 네팔,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17개국 학생 24명이 참가했다.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 감독이 교장을 맡았고, '오직 그대만'의 송일곤 감독이 연출지도 교수, 폴란드 르사르드 렌체브스키 감독이 촬영지도 교수로 참여했다. 특히 올해는 뉴욕필름아카데미와 미국 풀세일대학 등 해외 영화학교 교수진도 참여했다.

AFA는 아시아 영화인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이자 아시아 영화인이 BIFF를 경험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아시아 영화학도들이 모여 '영화'란 꿈을 키우고 서로 친분을 쌓으며 다국적 프로젝트를 도모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도나 필리핀 등지에서는 영화학도라면 누구나 AFA 경험을 꿈꿀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특히 필리핀은 '유니버시티 오브 필리핀'이란 영화학교를 거친 뒤 AFA를 다녀오는 것이 교육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AFA 워크숍이 끝난 뒤 학생들끼리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BIFF 측이 AFA 10주년을 맞아 졸업생 전수 조사를 한 결과, 지난 10년간 AFA를 다녀간 학생 217명 중 120여 명이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으나 서로 협력해 영화 작업을 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BIFF는 올해부터 AFA 출신 스태프 7명을 선발해 후배들과 함께 지내며 네트워크를 쌓도록 했다.

내년 개교하는 아시아영화학교와의 관계 정리도 고민거리다. 내년 하반기 개교를 목표로 하는 아시아영화학교는 AFA 교육 프로그램을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BIFF의 명성을 기대하고 AFA를 찾는 영화인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BIFF 천민권 AFA 총괄팀장은 "AFA가 아시아영화학교에 편입될지 위탁 운영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 학생들 일일이 면담 '소탈한 거장'

■ 교장 맡은 벨라 타르 감독

- 개소 전부터 온라인 교류
-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교장을 맡은 헝가리 출신 벨라 타르(사진) 감독의 소탈한 행보가 화제다.

벨라 타르 감독은 지난달 25일 AFA 개소식 전부터 학생들과 온라인을 통해 교류를 시작했다. AFA 교장을 맡긴 했지만, 이전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다. 또 격식을 차리지 않고 학생들과 대화하고 일일이 면담을 진행하며 영화에 관한 접근을 도와줘 학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학생들의 촬영 현장을 찾아 연출 지도를 하는 세심한 면도 보여줬다.

헝가리를 대표하는 감독인 그는 1979년 '패밀리 네스트'로 데뷔한 이래 10여 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사탄탱고', '파멸' 등 모든 영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토리노의 말'(2012)을 끝으로 연출에서 손을 뗐다. 이후 자신의 영화학교 '필름팩토리'를 운영하며 영화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가 AFA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것도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BIFF와는 2012년 뉴 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AFA 관계자는 "세계적인 거장임에도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벨라 타르 감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하루 2시간밖에 못 잤지만 내 한계 넘는 기회"

■ 조형동(동서대 영화학과) 씨 AFA 참가 일지

2014년 6월 1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번 BIFF에선 영화를 보는 대신 만들겠구나.

8월 25일

온라인을 통해 AFA 참가학생 24명과 팀을 구성하고 프리프로덕션을 시작했다. 얼굴도 보지 않고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촬영을 준비하다니 신기했다.

9월 25일

AFA 개소식을 했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이란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처음 만나 설레고 어색했다. 영어로 의사소통한다고 해도 아직 불편한 것 투성이다.

10월 2일

나는 B팀에서 연출을 맡았다. 귀찮게 여겼던 동생이 사라지자 그를 찾아 나선 형이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다. 앞으로 3일간 부산 곳곳을 다니며 촬영을 시작한다. 10월 8일

일주일째 하루에 2시간밖에 자지 못한다. 시나리오를 많이 수정해 촬영도 애를 먹었는데 믹싱 등 후반작업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된다.

10월 10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밤새워 만든 영화를 상영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함께한 동료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힘들었으나 나처럼 영화를 하는 아시아 각국 친구들과 만나 생각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 좋았다. 이 친구들과의 다음 작업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