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 토모코 감독이 '후쿠시마에서 부르는 자장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다큐 '후쿠시마…자장가'
- "갑상선암 어린이 20배 증가
- 고리원전 사고땐 해운대 영향"

일본 다큐멘터리 감독 카나 토모코의 '후쿠시마에서 부르는 자장가'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중 하나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촬영하던 감독이 뒤늦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고통받고,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한 도쿄전력을 비판한다. 카나 감독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화의 흐름은 바뀐다. 원전의 위험성을 고발하던 '전사'는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가 된다. 지난 8일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카나 감독을 만났다.

-처음 후쿠시마에 들어갈 때는 임신 사실을 몰랐나.

▶몰랐다. 방사능 노출 때문인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을 때 알게 됐다. 아기는 건강하다. 방사선 피폭 후유증이 10~20년 후에 나타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후쿠시마 원전 이야기를 한 이유가 무엇인가.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지어진 해에 도쿄에서 태어났다. 40년 동안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만들어내는 전기로 살아왔다.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사고 지역에서 갑상선암에 걸린 어린이가 103명(8월 말 기준)이나 나타났다. 원전 사고 이전보다 20배 넘게 증가했다. 체르노빌 사태 때와 비슷한 현상이다. 음식도 문제다. 최근 일본의 많은 엄마는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규슈의 농산물을 주문해 먹는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사용기한을 넘어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에도 비슷한 사례(고리원전 1호기)가 있다는 사실을 아나.

▶알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인근 30㎞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됐다. 고리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해운대는 물론 자갈치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땅이 쌓아온 역사와 문화가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작품에 정부를 향한 불신이 강하게 묻어난다.

▶일본 정부는 사고 직후 국민에게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제대로 된 언론 보도도 찾기 힘들었다. 한국의 세월호 참사 때와 비슷한 상황 아닌가. 정부는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작업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나.

▶독립영화 작품이라 그런지 외압은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중국에서 저지른 만행에 관한 작품을 찍을 때는 우익 세력에게 엄청난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한 잡지에선 '카나 토모코 욕하기' 코너를 만들 정도였다. 공동체 상영 등을 프로모터와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