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부산' 영화 '영도'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레드카펫을 밟은 손승웅(왼쪽) 감독과 배우 김근수가 영화의전당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부산서 만든 독립영화 '영도'로 재회
- 손 감독 "난관의 연속 첫 번째 장편영화
- 유영철 아들 삶에 대한 궁금증에 제작"
- 김 씨 '좌충우돌 만국유람기' 9년 출연
- "부산 떠나지 않는 전국구 배우가 꿈"

두 사람 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레드카펫은 처음이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 통통 튀는 배우도, 흔들림 없던 감독도 머릿속이 하얘지며 '파이팅'을 외치자던 다짐도 잊고 걷기 바빴다. 부산 영화 '영도'의 손승웅(33) 감독과 배우 김근수(32)의 생애 첫 레드카펫 경험은 그렇게 끝났다.

'영도'(한국영화의 오늘-비전)는 부산의 감독과 배우가 만든 영화다. 올해 BIFF에 초청받은 유일한 '메이드 인 부산' 영화다. 희대의 연쇄살인마의 아들 영도가 주변의 편견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내용이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아들이 있다고 하던데, 그 아들은 어떻게 살아갈까'란 궁금증에서 시작된 영화다. 손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이며, 김근수 역시 비중있는 역할로 영화에 출연한 것은 처음이다.

"영화 출연 섭외 차 전화를 하자마자 근수 씨가 그랬거든요. 'BIFF 레드카펫 의상은 뭘로 준비할까요'. 막상 현실이 되니 얼떨떨했습니다." (손승웅)

김근수는 이미 부산에서 유명 인사다. 부산MBC '좌충우돌 두 남자의 만국유람기'에 9년간 출연하며 세계 곳곳의 명소를 부산 시민에게 소개한 덕분이다. 하지만 포항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 무대에 선 베테랑 배우다.

"손 감독님이 '두 얼굴의 전쟁' 조연출 시절 잠시 영화에 출연했는데 그때 자기가 영화를 하면 꼭 캐스팅하겠다고 하더군요. 그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제가 맡은 역할은 영도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같은 존재 '꽁'이예요. 무거운 영화의 활력소라고 할까요. 평소 제 모습과 많이 닮았기에 '생활 연기'를 보실 수 있어요."

혈기왕성한 배우와 의욕 충만한 감독이 만나 파이팅이 넘쳤지만, 제작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부산에서 저예산 독립영화를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제작비 마련부터 스태프를 꾸리는 일까지 난관의 연속이었죠. 하지만 사람이 주변의 편견과 시선에 의해 어떻게 변해가는지 탐구해보고 싶었어요. 운좋게 여러 곳의 도움을 받아 BIFF까지 오게 됐지요. 그동안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보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손승웅)

"영화의 배경은 가을이었지만, 실제 촬영 시기는 겨울이었어요. 얇은 옷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기도 하고, 영도의 오래되고 음산한 공간은 죄다 돌아다녔죠. 그래도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쓸때 저를 염두에 뒀다고 해서 미친듯이 빠져들었죠." (김근수)

둘에게 '영도'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 작품을 찍을 때 목표가 'BIFF에 가자'였는데, 이제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죠. 다른 곳의 지원없이 온전히 제 얘기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고, 부산에서 영화를 하려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손승웅)

"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열정이 다시 생겼어요. 지금 기획사 몇 곳과 계약 협상을 하고 있는데 첫 번째 조건이 연기에 집중하는 것, 두 번째가 부산을 떠나지 않는 것이예요. 부산의 현장을 떠나지 않는 전국구 배우가 될겁니다." (김근수)

인터뷰 말미에 김근수가 한 마디 거들었다. "올해 배우상이 생겼다는데…. 심사위원에게 잘 보여야 하는데 그 분들은 어디 계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