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초청 받아
- "오랜만에 온 고향, 부모님께 효도한 듯"

흑백 화면 속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숨기는데 능한 알듯말듯한 여인이었다. 하지만 화면 밖에선 쾌활하게 웃을 줄 아는 풋풋한 여인이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한국영화의 오늘-비전)'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배우 김새벽(29)의 두 모습 모두 신선했다.

"BIFF의 관객과 만나니 너무 설레요. 늘 관객의 입장이었는데…. 오랜만에 부산에 내려왔는데 부모님께 효도한 것 같아요."

부산에서 자란 그녀는 대학에서 관광을 전공한 평범한 학생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불현듯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는 질문에 빠졌고, '어릴 적 하고 싶던 배우가 되겠다'는 답을 가지고 무작정 서울로 떠났다.

"그때는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어서 쉽게 떠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작정 서울로 가서 연기학원에 등록하고 뮤지컬 무대에도 섰어요. 아는 분의 소개로 영화를 시작하게 돼 지금까지 왔습니다."

독립영화 여러 편에 잠깐씩 출연했던 그녀는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에서 조선족 여인 '선희' 역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경묵 감독님과 작업 이후 섭외가 계속 들어와 여러 감독님과 작업하게 됐어요. 장건재 감독님도 그 중 한 분이시고요. 영화의전당 영화 워크숍 수업에서 제작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는데…(웃음)."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일본의 작은 도시 고조시를 방문했다가 그곳의 청년을 만나 잠깐 사랑의 감정에 흔들리는 역할을 맡았다. 매력적인 음색으로 일본어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었다.

"대학 시절 배웠던 일본어가 도움이 됐지요. 하지만 일본 배우, 스태프와의 작업이 처음이라 어렵고도 재미있었어요."

그녀의 꿈은 거창하게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것보다 좋은 사람들과 계속 작업하며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느라 쫓기듯 사는 것보다 행복과 인연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연스럽게 연기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