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5일의 마중' 리뷰] 시간의 변주를 통한 불온한 시대의 알레고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10-06 20:32:18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 '5일의 마중'
장이모는 '귀주 이야기'를 기점으로 오리엔탈리즘에서 리얼리스트로 변신한다. 닫힌 미장센을 통해 중국 역사의 암울함을 묘사하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정치권력의 재앙을 알레고리화하기 시작한다. 또한 강렬한 색채 이미지에서 탈피해 무채색의 여유로움으로 민중의 강인한 근성을 보듬기 시작한다. 그의 '페르소나' 공리와 7년 만에 만든 '5일의 마중' 역시 문화대혁명의 트라우마가 인본의 근간을 어떻게 뒤흔드는가를 애잔하게 그리고 있다.

사상범이었던 남편 루옌스(진도명 분)가 공연 도중에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중학교 교사인 아내 펑완위(공리 분)와 무용학교 학생인 딸 단단(장혜문 분)은 전전긍긍한다. 딸의 고발로 남편은 아내가 보는 앞에서 체포돼 끌려간다. 그 지점에서 시간은 멈춘다. 펑완위는 '심인성 기억장애'로 시간의 잔인한 희생물이 된다. 3년 후 루옌스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내는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루옌스의 순교자적인 고행에 할애되고 있다. 낡은 흑백사진, 절절한 사연의 편지 묶음, 남편의 피아노 연주 등이 기억의 촉매제로 등장하지만 결국은 무위로 끝난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주제와 서사는 감상주의에 가깝다. 그런데도 장이모는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와 역사에 대한 알레고리로 상투적인 감상을 극복해 단아한 한 폭의 뭉클한 가족화로 격상시키고 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남편 루옌스에게 다가가는 공리의 강렬한 눈빛과 끓어오르는 격정을 다독이는 절제된 표정 연기, 설날에 만두를 가져온 아내 펑완위를 향해 돌아누운 진도명의 무심함에서 풍겨오는 무거운 죄책감의 어깨 연기, 그리고 눈발을 맞고 있는 부부의 무심한 표정에서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는 마지막 시퀀스 등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장이모의 연출력은 아주 노련하다. 영화 전편을 통한 시간의 변주(變奏)는 정치적 재앙에 대한 은유적인 상징을 이끌어내고 있다. 펑완위의 기억장애는 국가권력의 비정한 정치적 재앙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은유하고, 아내에 대한 루옌스의 헌신적인 보살핌은 통치 권력이 저지른 잘못을 개인의 부채의식으로 보듬는 역설적 상징이나 다름 없다. 그러한 상징과 은유는 권력에 대한 우회적인 공격인 셈이다. 국가적인 거대한 재앙을 개인의 인본주의적 윤리의식으로 극복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비극이 아니라 희극에 가깝다. 현실은 어둡고 갑갑하지만 길 끝에는 희망이 있다는 낙관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펑완위는 기억을 못 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끔찍한 역사의 상처를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영혼의 자유가 주어져서 그렇고, 매월 5일이면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가슴 뛰는 설렘 덕분에 행복할지 모른다.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늙은 부부가 앞으로 어떻게 행복을 누릴까 예견하는 즐거움이 있어 좋다. 시간은 참 잔인하다. 상처를 만들기도, 또한 상처를 보듬어 치유해 주는 양면성이 있어서 그렇다.

김문홍 극작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2. 2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7. 7‘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8. 8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9. 9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10. 10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6. 6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7. 7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8. 8장동혁 “李 대통령, 대북 송금 이상의 뭔가 있나".. 北에는 분노조절 '잘해'
  9. 9野 유용원 “21사단 北 철책선 MDL 남쪽 지역 설치…MDL 침범 광범위”
  10. 10국민권익위, 울산 광역 및 기초의회 위반 사항 무더기 지적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3. 3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6. 6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7. 7‘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8. 8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9. 9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10. 10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 1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2. 2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6. 6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