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같이 달려가겠습니다" 이제석이 부산 대연동 옛 남부경찰서 건물을 활용해 만든 경찰 홍보 광고. 실제 경찰차와 찢어진 철판으로 제작(가로 50m 세로 10m). 이제석은 2011년 경찰청 홍보자문위원이 됐다. 학고재 제공

- 별 볼 일 없던 간판장이 이제석
- 한국 떠난 후 뉴욕생활 2년 간
- 세계 유수 광고제 공모전 휩쓸어
- 그의 철학·비전에 초첨 맞춰
- 초판 4년 만에 개정판 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밝힙니다'. 이런 슬로건을 내건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만들어진 이유는 딱 두 가지, 창의성과 공익성이다.

지방대 출신의 간판장이였던 이제석은 뉴욕에서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며 초대형 광고회사까지 다녀봤지만,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의 중심인 뉴욕을 버리고 어디를 가겠다는 말이냐?" "공익? 너는 광고장이지 혁명가가 아니잖아" 라는 스승과 동료들의 핀잔을 뒤로하고 2년 만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나는 광고로 세상을 바꿀 끼다! (…) 느그처럼 야금야금 재능이나 축내고 월급에 목매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라만 도대체 내 삶에서 남는 게 뭐꼬? 두고 봐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그런 꿈의 광고회사를 만들어 보일 끼다!"(180쪽)

하지만 이제석의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누우면 머리와 발이 벽에 닿을 정도로 비좁은 월세 단칸방이 이제석 광고연구소의 사무실 본관이었고, 이제석의 숙소였다. 그러면서도 광고 삯으로 피자 두 판을 받으면서도 공익광고에 매달렸다. 물론 그가 공익광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업광고는 전체의 20~30% 수준을 유지한다. 이는 개울가에 흔한 조약돌 같은 광고회사가 싫기 때문이다.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메시지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대중에게 잘 들릴 수 있도록 통역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세계 최고의 광고장이가 아니라 역사상 최고가 되는 것이다.

광고천재 이제석은 이런 광고장이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자기 약속이다. 광고인 이제석은 초판이 나온 지 4년 만에 개정판을 낸 이유를 "초판에서 내가 드린 약속이 어떻게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이쯤에서 보고하는 게 일종의 책무"라고 밝혔다.

초판이 시골 소년의 광고 도전기,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생기기까지의 과정이었다면 개정판은 광고인으로서의 성공기, 이제석의 광고 철학과 비전에 초점을 맞췄다. 광화문 한복판에 이순신 장군상 대신 세운 '탈의중' 박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뉴욕 타임스퀘어 설치한 현대자동차 광고인 레시싱 게임 빌보드, 국립현대미술관 공사 가림막에 그린 누드 모나리자 등 초대형 프로젝트와 최근 광고들을 담았다.

1982년 대구에서 태어나 그림으로도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죽도록 그림을 그려 계명대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한 이제석은 졸업 후 스펙에 밀려 동네 간판장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단골 국밥집 간판을 바꾸려고 흥정하던 차에 '그게 무신 30만 원짜리고, 나한테 10만 원만 주면 훨씬 잘해주겠구먼'이라는 동네 명함집 아저씨의 말에 충격을 받고 뉴욕행을 결심했고, 2006년 9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chool of Visual Arts)'에 편입한 뒤 1년 동안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인 원쇼 페스티벌 최우수상, 클리오 어워드 동상, 미국광고협회의 ADDY 어워드 금상 등 세계 유수의 국제 광고제를 휩쓸며 '공모전 신화'를 썼다.

이제석은 말한다.

"뭘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뭐라도 해봐야 뭘 할지 알게 된다." 그리고 덧붙였다.

"지금 당장 도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