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11시간30분간 총 9545㎞를 날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길에 중국과 러시아 등에 축복의 메시지를 던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현지시간) "교황 전세기가 중국 영공에 접어들었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국민에게 안부를 전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이어 "중국에 평화와 행복이 항상 존재하도록 하느님이 축복해달라"고 기원했다.

중국에 앞서 전날 러시아 영공을 통과할 때도 교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하며 러시아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한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관례로 외국 방문 때 교황기가 영공을 지나가는 국가에 인사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 등 10개국에 예외 없이 교황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에 어떤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51년 무신론을 표방한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중국 정부는 교황청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이 때문에 과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당시 아시아 방문 때 중국 영공을 피해가야 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했을 당시 직접 서한을 보내고 답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등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교황의 진심이 전달됐는지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양측의 관계 개선에 좋은 신호"라며 의미를 부여했다.글로벌타임스도 교황이 중국 영공을 통과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과 교황이 이례적으로 시 주석을 직접 거론하며 축복의 메시지를 중국 측에 전한 사실에 주목했다.

왕메이슈 중국 사회과학원 종교연구소 연구원은 "교황의 중국 영공 통과를 허용한 것은 중국 정부가 정중함을 보여준 것으로 앞으로 관계개선(데탕트)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그럼에도 시 주석이 교황의 메시지에 답신을 보낼지, 보낸다면 어떤 형태의 메시지가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교황의 방한과 관련, 미국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남미, 미국, 일부 유럽에서 누리는 인기가 아시아로 확산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바티칸이 인구 13억 명이 넘는 중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교황은 중국과 인접한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중국 국민으로부터 가톨릭에 대한 호기심을 더 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선교매체인 아시아뉴스의 베르나르도 체르베레라 편집국장은 "교황은 한국 방문을 통해 '교회는 자유롭고 유교 전통을 가진 국가에서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황은 '가톨릭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중국에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인구의 60%가 몰려 있는데도 가톨릭 신자 분포는 12%에 불과한 아시아에 교황이 가는 것은 바티칸에겐 도전이자 동시에 기회라고 풀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