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가슴에 손 얹고 위로
- 가족대책위도 메시지 듣고
- "너무 감사" 울음 터트려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일정을 시작했다.

서울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고 남윤철 교사(안산 단원고)의 부모 앞에 걸음을 멈췄고, 한 손을 가슴에 댄 채 세월호 가족들과 눈을 마주치며 통역을 통해 위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교황은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공항 환영행사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남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 씨와 부인 송경옥 씨, 사제를 꿈꿨던 예비 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 2학년) 군의 아버지 박윤오 씨, 일반인 희생자 고 정원재 씨의 부인 김봉희 씨 등 세월호 유족 4명이 참여했다. 남수현 씨는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자 프란치스코의 기도문에 '미움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 있는 곳에 일치를'이라는 구절이 있다"며 "잘못한 사람들이 고해성사하듯이 뉘우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윤오 씨는 "이렇게 아들의 죽음을 통해 교황을 만나야 하나 싶어 아들에게 미안했다"며 "마음속으로 사회 지도층이 회개해 모든 아픔이 사라졌으면 하고 교황에게 기도를 전했다"고 말했다.

교황 입국과 비슷한 시각 유경근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교황이 전한 메시지를 듣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교황 방한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우리와 대화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교황께서 깊이 관심을 보여주시고 기도해주시는 것을 보고 세월호의 참 의미를 모르거나 오해하고 계시는 분들이 제대로 의미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가족 10명은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미사 직후 교황과 비공개로 면담할 예정이다. 특히 대전 미사에서는 전국을 도보 순례 중인 세월호 가족 3명이 지고 다니는 십자가를 교황이 직접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가족대책위는 전했다. 광화문 시복미사가 열리는 16일에도 일부 가족이 교황을 만나고, 17일 폐막 미사에는 생존 학생과 부모들이 참석한다.

세월호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은 수색작업이 진행 중인 진도 현지에서 교황에게 서신을 보냈다. 이 서신은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후 이뤄질 교황의 세월호 유가족 면담 때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유 대변인은 광화문 시복미사에 세월호 가족 농성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세월호 가족 600여 명이 모여 함께 미사를 드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 대변인은 "교황방한준비위에서 농성 텐트는 철거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왔다"며 "하지만 교황이 광화문광장을 한 바퀴 돌 텐데 시야를 가리면 안 되니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강우일 주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을 순 없다"면서 시복식 장소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 강제퇴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