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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의 테이트 브리턴 미술관 전시장. 영국 현대미술의 자긍심을 보여주듯 위풍당당하고 밀도 있는 전시 구성과 디자인이 자랑거리이다. 서상호 제공 |
- 데미안 허스트 성공 배경엔
- 비주류 젊은 작가 전시 지원
- 비영리 문화단체 'SPACE'
- 47년째 예술가에 공간 제공
미술판에 몸담는 이들에게 영국 런던은 현대미술의 커다란 흐름을 관망할 수 있는 곳이다. 필자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VIA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런던 미술계를 리서치하는 행운과 부담을 동시에 갖고 한 달간 런던과 주변 도시의 미술·문화 생태를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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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이념을 잘 표현하고 있는 터빈 홀. |
테이트 브리턴은 매년 터너 프라이즈가 열리는 곳이다. 영국 현대미술의 자긍심을 보여주듯 위풍당당하고 밀도 있는 전시 구성과 디자인으로 리서치의 첫 발걸음을 장시간 머물게 했다. 테이트 모던은 탬즈강 남쪽, 유일하게 사람만 건너다닐 수 있는 밀레니엄 다리를 통해 사우스 뱅크와 연결된다. 20년가량 방치됐던 화력발전소 건물이 테이트재단(재단은 테이트 브리턴·모던·리버풀·세인트이브스 미술관 등 4곳을 운영한다)에 의해 2000년 탄생했으며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런던 관광산업의 효자다. 건물 가운데를 비운 터빈 홀이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는 테이트 모던의 이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시민과 어린이가 뛰어놀기도 하고 특별한 이벤트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수많은 인파와 전시 구성은 테이트 브리턴과 매우 대조적이며 특히 이우환과 모네의 작품이 나란히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서 의아했다. 일본 가고시마의 지중미술관은 관람객 수를 셈해가며 입장시켜 기다림의 불편이 있다면 테이트 모던은 사람 홍수로 불편했다. 어쨌든 세계적인 미술관에 다른 환경으로 이우환을 잠시 생각하게 했다. 부산시립미술관 마당에 세워질 이우환 갤러리와 함께.
여기까지는 좀 상세한 관광 가이드에서 볼법한 미술관 이야기이다.
■다문화와 다양성, 그리고 도시재생과 문화공간 이스트 앤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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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년된 런던의 비영리 문화단체 'SPACE'의 메인 건물. |
필자 또한 거대 공공미술관과 하드웨어보다 예술가의 대안적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과 로컬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지라 타워 브리지와 코벤트 가든을 지나 재빨리 이스트 앤드 지역으로 관심을 돌린다.
1980년대 후반 골드스미스 대학 졸업을 앞둔 데미안 허스트와 동료들이 도클랜드 지역 빈 창고에서 '프리즈'라는 그룹 활동을 벌였다. 이 활동이 1992년 사치갤러리의 'YBA전'으로 이어지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골드스미스 대학은 오래된 목욕탕을 실기실과 전시장으로, 골목 사이사이의 단독주택들은 교수연구실과 음악학도들의 실기실로 사용하며 모양새 있는 교문 하나 없이 세월의 시간과 공존하고 있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미술관 화이트 큐브, 화이트 채플은 비주류의 젊은 전시를 기획하다가 지금은 영국의 대표적인 미술관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낡은 차 창고를 디자인 빌딩으로 활용하는 티 빌딩(Tea Building)은 몇 개의 실험적인 갤러리와 창의적인 영국 디자인의 살아있는 현장이 됐다. 중심에서 비켜난 지역에서 이뤄지는 예술가와 디자이너, 문화 이민자의 다양한 움직임은 옛 빈민 지역을 영국의 대표 산업인 관광과 부동산의 중심으로 바꿨다.
■47년의 역사 대안공간, 과연 부산에선 가능할까!
1968년 설립된 비영리 문화단체 'SPACE'(대표 안나 하딩)는 지역 예술가들의 스튜디오 확보난을 지원하고자 시작된 대안공간이다. 버려진 건물을 지자체와 협력해 리모델링했다. 현재 런던 전역에 18개 빌딩을 활용해 연간 700여 명의 작가를 지원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3개는 매입했다. 대표적 공간인 화이트빌딩은 매년 국제 공모를 하는 경쟁력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동해 작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47년간의 세월을 버텨온 민간단체의 역할은 세계에 주목받는 영국 미술의 밑거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문화는 특별한 외출이 아니라 삶의 근거로 자리 잡을 때 행복지수에 근접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은 최근 대안공간 '아지트'가 사라지고, 대안공간 '반디'가 사라진 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런던에서 가능했던 47년의 대안공간 역사가 과연 부산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런던에서 제일 신기했고, 부산을 생각하며 제일 아쉬웠던 일이다.
서상호·오픈스페이스 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