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도처에서 죽음이 드러나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는 자살과 사건 사고로 인한 죽음 소식이 끊이지 않고, 도로 위 전광판에는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 숫자가 명시되고 있다. 타인의 죽음을 접하면서 우리는 생의 감각을 일깨운다.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이고, 슬픔과 애도에 잠기고, 분노와 절망감에 빠지는 한편 의심과 억측을 접지 못한다. 반면 죽음이 무색할 만큼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이렇듯 다른 감각을 통해 드러나는 죽음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이장욱의 장편소설 '천국보다 낯선'은 대학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그들 '정' '김' '최' 그리고 '염'이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 A의 장례식장으로 가는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사건과 장면이 각 인물의 시선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장마다 다른 인물이 자신의 입장에서 펼쳐놓은 이야기는 서로 가깝지만 닿지 못하는 간격을 두고 갈등한다.

한 시절을 공유한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그들은 죽음을 생각한다. 절대 이성적인 '김'은 "죽음이란, 말하자면 저 높고 거대한 밤하늘과 같지 않은가. 우리의 인생이란 저 밤하늘에서 희미하게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에 불과한 건 아닌가…"하며 감상에 빠진다. 애도하는 인간이 되기 싫은 '최'는 "삶이 제거된 하나의 물질로 바뀐 것"이라고 여긴다.

우리도 불현듯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죽음과 마주하고 있다. 망각하고 있던 죽음의 실상을 내면으로 인식하면서 삶에 얼마나 자신만만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 죽은 자를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책무이다. 소설 속의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A를 기억한다. '정'은 "해독 불가능한 문자 같은" 이해되지 않는 세계로, '김'은 "여름의 팽창하는 대기로 채워져 있는" 세계로, '최'는 "언제나 와전되는 중"인 세계를 가진 존재로 A를 회상한다. 이토록 한 사람을 다르게 기억한다는 것은 그들 모두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에 몰입하며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마지막에 나타난 '염'은 "A가… 죽은 게 아닐지도 몰라. 그 애는 이제 겨우 삶을 시작한 게 아닐까"라는 엉뚱하지만 확신에 찬 생각에 사로잡힌다.

도대체 A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당신은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은가.

죽음은 누구에게나 불가피한 문제이다. 확실히 알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죽음은 삶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죽음은 궁극적으로 삶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삶은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이 필요하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죽음을 실감하고 삶에 임하는 태도를 곰곰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모색한다면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