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 6일 청춘나비소극장에서 '하나로 프로젝트' 공연이 끝난 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과 일본 스태프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춘나비소극장 제공 |
- 한일 희곡 교환 프로그램 진행
- 1년 준비기간 거쳐 성황리 마쳐
- 현지 사회상 무대 위 실현 보람
- 동아시아 공연 네트워크 꿈꿔
시작
부산에서 연극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째다. 배우로 시작해 지금은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의 제작을 맡고 있다. 연극계에서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 서울에 비해 크지 않은 지방 공연시장에 점점 갈증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때마침 지난해 도쿄에 있는 극단 선배가 밀양 공연차 한국을 찾은 김에 부산에서 함께 공연하자고 제안해 수락했다. 제작비가 전혀 없었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환기가 될 만한 작업이 필요했다.
그렇게 지난해 진행한 도쿄 극단 세아미의 '아오이노우에' 부산 공연은 다행히 다섯 차례 거의 만석이었고, 제작비를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었다. 큰 이윤은 없었으나 의사소통부터 쉽지 않은 일본 연극인과 함께한 작업이 좋은 결실을 보면서 느낀 기쁨은 다시 나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도쿄 유학 중인 극단 세아미의 대표 김세일 선배와 공연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올해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진정성 있는 문화교류 꿈꾼다
| |  |
| 부산 극단 배우창고의 '좁은 다다미방의 날개짓 소리' 공연. 청춘나비소극장 제공 |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국과 일본 연극 교류 프로그램 콘셉트는 '희곡 교환 공연'으로 정했다. 처음엔 의아했다. 기획자 입장에서 콘셉트 방향이 요즘 트렌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요즘 연극은 '말' 보다 '이미지' 혹은 '새로움'이지 않은가(극히 개인적인 견해다). 더욱이 교류 공연이기에 부산팀의 일본 원정을 생각한다면 작품이 언어에 갇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아함보다 신뢰가 중요했기에 밀고 가기로 했다.
이어 공연 제작에 필요한 스태프진이 꾸려졌다. 김세일 선배는 코디네이터 팀장을, 나는 부산 프로그램 기획을 맡았다. 부산 극단 배우창고가 일본 희곡을 제작하고, 후쿠오카 극단 M.M.S.T가 부산 희곡을 제작하기로 했다. 후쿠오카의 제작진 및 스태프는 연극 교류에 뜻이 있는 지인들이 모여 팀을 만들었다. 각 스태프의 역할 중 무엇보다 중요한 희곡 선정은 코디네이터 측이 맡았다. 이번 작업을 통해 코디네이터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코디네이터가 1년간 희곡 번역부터 통역, 각 지역 정보 교환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한 덕분에 준비가 수월했다.
'하나로 프로젝트'
스태프 회의를 위해 후쿠오카팀이 부산을 방문했을 때 프로젝트 명칭이 그 자리에서 쉽게 정해졌다. '하나로 프로젝트'는 부산과 후쿠오카 연극 교류를 시작으로 동아시아권 공연예술 네트워크 형성을 꿈꾸고 있다. '하나로'는 물리적인 하나가 아닌 함께 공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일본어로 '꽃길'이란 뜻이다. 그래서 두 지역이 만나 공연예술의 꽃을 피우길 바라는 마음을 '하나로'에 담았다.
부산과 후쿠오카의 거리 탓에(실제로는 부산과 서울보다 훨씬 가깝지만)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기회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팀은 희곡 각색에 고민이 많았다. 하루에 두 작품을 릴레이 형식으로 공연하는 프로그램 성격상, 장편을 단편화하는 작업과 언어를 최대한 살려야 하는 숙제가 연출에게 부담이었다. 후쿠오카팀 역시 희곡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오세혁 작)의 언어유희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었던 것 같다.
극단 배우창고 박훈영 연출의 '좁은 다다미방의 날개짓 소리'(시마다카요 작)는 현지 연출이 만든 듯 그 지역의 분위기를 잘 살렸고, M.M.S.T 모모세 도모히데 연출은 배우들의 행위와 자막의 적절한 배합으로 언어의 유희와 극적 효과를 만들어 냈다. 희곡이 담고 있는 지역의 사회상을 고민하고 무대 위에 실현하는 작업은 문화 교류의 진정성을 찾는 노력임을 공연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이달 부산(청춘나비소극장·3~6일)과 후쿠오카(후카베이스 스튜디오·11~14일)에서 공연한 '하나로 프로젝트'는 이 같은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무사히, 아주 잘 마쳤다. 후쿠오카 공연이 끝날 무렵 내년에 같이 작업할 연출을 만나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린 지금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다지고 있다. 연극 교류 '하나로 프로젝트'가 서서히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강원재 청춘나비소극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