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제26회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작 '마리아 마리아' 공연 모습. 거창국제연극제 제공.

# 거창국제연극제

- 수승대 등 계곡 주변 무대 설치
- 피서객 편한 옷차림으로 관람
- 개막작 '마리아…' 높은 몰입도
- 내달 10일까지 51개 단체 공연

# 밀양공연예술축제

- 성벽극장 중심 소극장 등 몰려
- 올해 극단 미추·목화 참가 눈길
- 개막작 '벽 속의 요정' 관객 북적
- 내달 10일까지 45개 작품 소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름 연극 축제인 '거창국제연극제'와 '밀양공연예술축제'가 시작됐다.

■휴식과 연극의 결합

지난 25일 제26회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식이 열린 경남 거창군 수승대 계곡은 물놀이가 한창인 어린이부터 텐트에서 단잠에 빠진 어른까지 피서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맞은편 수승대 종합안내소와 구연서원 등은 무대 설치 작업이 막바지에 달했다. 좁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연극 축제를 위한 무대가 세워지고, 반대쪽은 피서객이 붐비는 독특한 풍경이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야외에서 열리는 연극 축제로 인기가 높다. 거창국제연극제 기간 수승대의 옛 서원과 바위, 간이수영장 등은 모두 연극을 위한 무대로 변신해 6개 극장과 아트마켓, 먹거리 장터 등이 계곡 곳곳에 들어섰다. 이런 분위기 탓에 개막식에 참석한 관객 차림새도 제각각이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거창 군민들과 슬리퍼 차림의 피서객, 세계 각국의 작품을 보러 온 국내외 연극인 등이 뒤섞여 연극제 분위기가 용광로처럼 끓어 올랐다. 김미영(34·여) 씨는 "서울에서 수승대에 캠핑하러 왔다가 연극제를 보게 됐다. 즐거운 경험이다"고 말했다.

올해 개막작 '마리아 마리아'는 이 같은 현장 분위기에 최적화한 공연으로 손색이 없었다. 공모를 통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이미 많은 관객이 본 스테디셀러다.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식이 열린 수승대 야외극장에선 연기보다 노래와 춤, 화려한 조명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데 집중했다. 예수를 타락시키려는 세력의 음모와 그 속에서 창녀 마리아가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심오한 내용이었지만,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회전무대 덕분에 실내극장 못지 않은 집중도를 끌어냈다.

거창국제연극제 사무국 관계자는 "피서지에서 연극을 즐기는 특징 덕분에 매년 20만 명이 다녀가는 지역 대표 예술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 마케팅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만드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다음 달 10일까지 11개국 51개 단체의 공연을 소화한다. 학생 1만 원, 일반 1만5000원. (055)943-4152, 3

■연극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

	제14회 밀양공연예술축제가 열린 지난 26일 밀양연극촌 솟대마당에서 관객과 어우러진 백중놀이팀. 김현주 기자

올해로 14회를 맞는 '밀양공연예술축제'는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상임연출이 밀양의 폐교를 밀양연극촌으로 만들고 여름마다 국내 내로라하는 작품을 초청하는 연극 축제다. 이곳은 철저하게 연극과 연극인, 관객을 위해 만들어져 연극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지난해 밀양공연예술축제 관람객은 2만 명이 넘는다.

지난 26일 밀양연극촌은 밀양공연예술축제 첫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로 북적였다. 밀양연극촌은 솟대마당(야외) 가운데 솟은 성벽극장을 중심으로 매표소, 게스트하우스, 우리동네극장, 가마골소극장, 스튜디오극장, 연극도서관, 연극인 숙소, 숲의극장 등이 빙둘러 서 있다. 연극인이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되니 공연에만 매진할 수 있고, 관객은 여러 소극장에서 각양각색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모든 것이 한 공간에 있으니 연극인과 관객이 어울려 대화하고 사진 찍는 친밀한 풍경도 연출된다.

이 같은 매력적인 환경 탓에 많은 극단이 매년 여름 밀양연극촌을 찾고 있다. 올해는 국내 대표 극단으로 손꼽히는 극단 미추('벽 속의 요정')와 극단 목화('템페스트')가 특별히 무대에 섰다. 몇 년째 밀양공연예술축제에 참가하고 있는 극단 하땅세는 최근 연극계가 주목하는 윤시중 연출자의 국내 초연작 '파우스트'를 이곳에서 먼저 선보였다. 밀양연극촌 김철영 사무국장은 "서울 극단들이 여름이면 밀양과 거창에서 공연하고 올라가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밀양공연예술축제의 또 다른 재미는 밤 10시면 하늘을 훤히 올려다볼 수 있는 성벽극장에서 열리는 밤공연이다. 지난 26일 개막 공연 '벽 속의 요정'이 열린 성벽극장은 무대 아래까지 빼곡히 자리를 잡은 1000명의 관객들로 가득 찼고, 이튿날 0시30분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1인32역을 소화하며 혼신의 힘을 다한 김성녀조차 "관객이 좋은 연극을 만드는데 밀양 관객이 최고"라고 감탄했다. 밀양공연예술축제는 다음 달 10일까지 45개 작품을 공연한다. 2만~3만 원. (055)355-194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