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부르며 관객의 이목을 끄는 시대다. 중후하고 진지한 무대가 주류를 이뤘던 클래식 음악계에는 오래전부터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클래식음악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성악가가 아직은 더 많은 현실이다. 묵직한 몸매를 자랑하는 테너들이 무리지어 22일 오전 11시 롯데호텔부산 아트홀 무대에 올라 오페라 아리아곡부터 영화음악, 가곡, 심지어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의 눈높이를 '들었다, 놨다' 했다.
부산시립합창단 기획담당으로 활동하는 테너 오동주를 비롯해 김진영 김웅태 강은태 김성 임성규 양승엽 최광현 성민기, 그리고 피아니스트 유영욱이 꾸린 '테이크 아웃 앙상블(Take-out Ensemble)' 팀이 국제신문의 대표 문화기획 프로그램인 '한낮의 유U; 콘서트'에 초청돼 유쾌한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부산·경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음악인이다.
풍채좋은 9명의 테너는 어깨힘을 쭉 빼고 관객을 맞았다. 연미복이 아닌 알록달록한 색깔의 티셔츠를 나눠입은 이들의 팀명 'Take-out Ensemble'은 더운 여름 아이스커피를 간편하게 'take out'해 즐거움을 누리듯 관객들이 편하게 공연을 즐기고 큰 감동을 가져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이름이다.
공연에 앞서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오동주는 "브런치콘서트인 만큼 쉽고 재미있게 무대를 꾸미려고 노력했다. 편안하게 즐기면서 교감하면 감동이 더욱 클 것이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음악해설가 등으로 활동하며 클래식 공연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해온 오 씨는 "공연 문화도 많이 변화하는 것 같다. 과거와 달리 요즘엔 음악인들이 공연 레퍼토리에 대중과 친숙한 곡을 꼭 곁들인다. 관객의 반응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 또한 그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Stein Song(우정의 노래)'과 'Hey, Look me over'(자, 나를 보게)로 유쾌하게 막을 올린 공연은 9인 테너의 힘찬 기운을 전하며 펼쳐졌다. 테너만으로 구성돼 이색적이었던 무대는 저마다 다른 9명의 음색으로 흥미로웠다. 경쾌하고 날렵한 음색이 있는가하면 묵직하고 꽉 찬 음색도 있었다. 이들 표현을 빌리면 9잔의 매력이 'take out' 된 셈. 조화로운 무대에 관객의 호응도 높았다.
두 곡에 이어 이들은 '넬라판타지아', '유 레이즈 미 업', '경상도 아가씨', '빨간 구두 아가씨', '아빠의 청춘' 등 대중적인 곡을 선보였고, '향수', '오 솔레 미오' 등의 널리 알려진 가곡을 잇따라 불렀다. 이날 무대에는 소프라노 김희정이 우정출연해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리아 'Je veux vivre'와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의 아리아 '살짜기 옵서예'를 부르며 테너들의 시원한 무대에 여성 소프라노의 세련된 음색을 얹었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유명 아리아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와 뮤지컬영화 '남태평양'의 '여자보다 귀한 것 없네',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 앵콜 세 곡까지 더해 1시간 30분 공연을 꽉 채운 이들은 "부산 시민들이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데 지역 음악인들에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같다. 지역의 음악인들을 격려해 주고 공연을 아껴준다면 더욱 힘이 날 것 같다"는 바람을 밝혔다.
관객 권경주(53) 씨는 "딱딱하다고 생각되는 클래식에 위트있는 진행까지 곁들여서 재밌게 봤다. 특히 '경상도 아가씨'같은 가요를 부를 땐 가요의 색을 살리는 맛깔스러운 창법을 보여줘 더욱 좋았다"는 후기를 전했다. 대학동창모임을 매월 셋째주 이 공연과 함께 한다는 권 씨는 "다양한 장르를 선보여서 좋다. 매번 어떤 프로그램이 준비됐을지 기대하며 온다"고 말했다.
영상=김민훈 촬영기자 minhu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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