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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요아킴 시인이 감독인 굿모닝야구단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단 4년 차인 이 야구단은 부산 북구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
- 내 이름은 김요아킴
- 야구하는 시인이지
- 야구가 詩가 될 수 없어?
- 선수들간 호흡과 배려
- 파편화된 우리의 삶에
- 공동체 연대의식 전달
- 평등하게 분배되는 공수
- 불공평 시대의 위로이자
- 희망·진실 찾는 詩와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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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석에 선 김요아킴 시인. 그는 사회인야구의 경험을 시로 형상화해 '왼손잡이 투수'라는 시집을 만들었다. |
'깡' 소리와 함께 공은 좌익선상으로 떨어졌다. 투 스트라이크 원 볼, 카운트가 몰리는 상황에서도 운동장 근처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 한 잔의 징크스가 또 유효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 한국 남성의 평균보다 작은 키에 연봉도 비록 마이너스이나 깔끔한 유니폼을 차려입고 가쁜 숨으로 일요일을 달린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하다. 열악한 기반시설과 주말을 헌납해야 하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사회인 야구인들의 아킬레스건이지만, 그 열정과 투지만큼은 프로야구 선수에 못지않다.
이런 야구와 詩의 관계, 얼핏 보면 이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십여 년 전 유년시절의 야구 로망을 잊지 못해 한 사회인야구단에 입문하면서 들은 말이 '詩人이 왜 야구를 하나'였다. 학생을 가르치고 책상머리에 앉아 시를 써야 할 사람이 그 고상함(?)을 버리고 거칠게 몸으로 부대끼는 야구를 한다는 사실이 좀처럼 이해가 안 된 모양이었다. 게다가 수년 전부터 그 야구를 소재로 詩를 쓴다고 하니 모두 더 의아해했다.
그러던 차에 첫 번째 詩의 소재가 바로 사회인야구 경기의 첫 타석에 섰을 때 일이다. 경기 후반 대타로 들어갔는데 심장의 쫄깃한 두근거림이 배트를 쥔 양손으로 전달돼 당최 투수의 공이 보이질 않았다. 결국, 삼구 삼진으로 끝나버린 허무한 데뷔전, 비록 경기는 졌으나 단원들 모두 치킨집의 생맥주로 목마름을 달랠 그때, 문득 성경 속의 새벽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부인한 제자의 심정이 전광석화처럼 떠올랐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그 공을 세 번이나 모른 척한 죗값으로 탄생한 詩.
'단 한 번의 기회를 얻은 베드로는/ 타석에 섰다/ 몇몇 관중들의 술렁임을 증발시키는/ 자세를 하고/ 정확히 18.44m의 거리에서/ 들려온/ 완곡하지만 뼈있는 목소리에, 일단/ 모른 척을 했다/ 연이어 넓지 않은 오각형의 광장으로/ 울려 퍼지는 조금은 거칠지만/ 정곡을 찌르는 목소리, 또한/ 외면했다/ 어떤 고통이라도/ 이겨내리라는/ 자신의 입을 의심하며, 바깥쪽/ 빠르게 스쳐가는 세 번째 목소리마저/ 못 본 척했다 (詩 '삼구 삼진. 2' 중에서)
바로 여기서 詩와 야구의 접점은 시도된다. 詩를 쓴다는 행위가 지난한 현실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우리 삶을 파헤쳐 희망이라는 작은 그림자를 껴안는 것이라 할 때, 야구가 우리의 생에 던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더군다나 직접 그라운드에서 공을 치고받으며 땀이 흥건해질수록 그 생각은 더욱 명료해진다. 흔히 야구는 팀워크가 생명이라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야수들의 수비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상대를 방어할 수 없고, 타자가 안타를 치고 진루를 해도 다음 타자들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결코 점수가 날 수 없다. 이런 선수들 간의 호흡과 배려는 마치 파편화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공동체로서의 연대의식과 다름없다.
또한 홈(home)에서 출발해 무수한 서사(敍事)의 변수를 겪으며 다시 홈으로 돌아와야 하는 룰(rule)은 유목민적인 현대 문명에 길든 우리에게 귀소본능을 자극하는 운명적 이데아로 다가온다. 나아가 공수(攻守)가 평등하게 분배되어 9회까지 치러야 끝나는 경기 방식은 공평하지 못한 이 시대에 던지는 작은 위무이자 대리 충족이다. 따라서 이런 야구의 속성은 생의 순간순간을 면밀히 포착해 가려진 삶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詩와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2012년, 프로야구 키드(kid) 세대로 공놀이를 했던 출발점에서부터 성인이 되어 주말마다 야구를 하는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자리, 아울러 이를 통해 바라본 우리 시대 일상을 그려낸 작업을 세상에 내놓은 적이 있다. '왼손잡이 투수', 이 시집은 이렇게 그라운드에서 발로 뛴 생의 기록이자 그 궤적을 詩로 오롯이 형상화한 결과물로 탄생했다. 이를 통해 '詩와 야구'가 결국 삶을 매개로 하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관계로 다가옴을 역설했다.
돌아오는 일요일에도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등번호 21번을 달고 호쾌한 스윙과 함께 그물 같은 촘촘한 수비를 상상한다. 아니 굵은 땀방울 속에 멋진 詩 한 편을 타석에서 치기를 간절히 꿈꿔 본다.
김요아킴·시인·부산 경원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