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겪는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는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좋은 밭에서 적절한 거름에 비가 내려주고 따뜻한 햇볕이 있다면 모든 씨앗은 거의 동등하게 자라 비슷한 모습을 하게 된다. 극단적으로 가혹하지 않다면 가뭄 땐 뿌리가 깊이 들고 바람이 잦으면 줄기가 튼튼해진다. 사소한 환경의 어려움이나 몇 번의 아픈 경험 정도는 도리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한두 포기의 식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형 농장을 가진 사람에게 개별 개체의 특성이란 별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통해 그 마음의 성장을 여실히 보게 된다.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아이들의 마음 성장과 변화가 뚜렷하다.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과 인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아왔다. 이보다 재미있고 중요한 학습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식물의 성장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특성, 마음이란 그 어떤 환경적 여건 특히 결손에서 타인과 구별되는 특성이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환경이 단지 물질적이라기보다는 인간적인, 정서적인(아이들의 경우) 면이 주된 요인이 됨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아이가 갑자기 자기 주변의 어떤 물건이나 특정 친구에 집착한다면 이는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부재가 의심스럽다. 아이가 소극적이고 눈치를 살핀다면 이는 부모 주도적인 주입식 교육환경이라는 말이다. 아이가 싸움을 잘하거나 시비를 많이 한다면 부모의 특정 분야에 관한 소신이 아이가 수용할 정서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강하다는 말이다. 아이가 너무 양보를 잘한다면 자존감이 약해 남이 자기를 떠날까 두려워한다는 것으로 아이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방치 또는 다른 사람(특히 동생)에 대한 배려를 강하게 요구하는 환경이라는 말이다. 아이가 상황에 맞지 않게 떼를 많이 쓴다면 부모가 규율이나 소신을 일관되게 가져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와 같은 환경은 단지 한 가지 상황만이 아니라 서로 중복되고 상호 영향을 주면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몇 가지 환경이 뒤섞이면서 또 변형돼 다양한 인성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비단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어른이란 아이들에 비해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다를 뿐, 결국 같은 매커니즘이 나타난다. 거기다 아이들과 달리 남에게 보이는 자기 이미지 관리까지 해야 하니 더 복잡하고 은밀할 뿐이다.

어른들을 상담하다 보면 느끼는 점이 있다. 단순하고 어리석을수록 고집성 소신이 강하다는 것, 약할수록 자기중심적인 자기 보호가 강하다는 것, 마음이 약할수록 애정 표현이 서툴다는 것, 집착성 욕심이 많을수록 지혜가 흐리다는 것, 아픈 경험이 많을수록 진실한 어떤 것을 찾기에 집착하고 그래서 또 아픈 경험을 당하기 쉽다는 것 등 끝이 없다.

문제는 상처가 그 사람의 국소적 성격 특성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국소적인 성격 특성이 깊을수록 전체적인 안목을 갖기가 점점 어려워져서 마침내 크게 여유롭고, 크게 지혜로우며, 긴 호흡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기가 어렵다. 우리는 상처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을 인정하고 또 넘어설 수도 있다. 그래서 날 쓰러뜨리는 상처가 아니라면 난 강해지고 있으니 너무 조그만 상처에 집착하지 말고 큰 그림을 보고 살았으면 한다.

원불교 정관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