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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를 다룬 김영조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소 촬영 모습. 영화사 월요일 아침 제공 |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면, 여름이 아름다운 이유는 뜨거운 창작의 땀방울 덕분일 수 있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이 영화와 연극, 미술과 춤, 그리고 책과 전시 등 값진 작품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들의 여름 분투기를 매주 수요일 6회에 걸쳐 소개한다.
- 다른 직업 가진 스태프 모여
- 영도가 품은 이야기 풀어내
- 조선소 노동자 주인공으로
- 점바치 골목·해녀촌 등 촬영
- 재개발로 마지막 영상될지도
영화계에서 영도는 1970~1980년대 분위기를 찾을 수 있는 곳, 또는 부두를 배경으로 한 범죄 영화 촬영이 가능한 장소로 꼽힌다. 우리는 이런 영도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다.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영도라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조선소에 근무하는 한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영도다리 아래 점바치 골목 할머니들, 삼신할매 전설, 제주도에서 건너온 해녀들의 삶을 다룬다. 무엇보다도 영도가 품은 다양한 공간 이야기를 인물을 통해 풀어내고자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었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작업은 내년 7월 완성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투잡족 다큐멘터리스트
독립영화 진영의 상황이 비슷하겠지만, 이 작품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은 다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가 없고 다른 직장보다 일정 조율이 유연하므로 촬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항상 모든 스태프가 다 모여서 끝까지 촬영을 마치는 예가 별로 없다. 오전 촬영 후 한 사람이 떠나면 오후 촬영엔 오전에 오지 못한 다른 스태프가 오거나, 혹은 극소수의 필수 인원만 촬영하는 예가 많다. 오로지 감독만이 출석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다행히 모든 스태프가 감독과 오랫동안 인연을 쌓으며 작업을 함께한 경험이 있기에 조직력과 결속력은 탄탄하다.
스태프들은 촬영 초기 제작비 부족으로 한 끼 식사도 부담스러운 상황을 잘 견뎌줬으며, 타이트한 촬영 스케줄 탓에 육체적으로 힘들 텐데도 잘 버텨 주고 있다. 지금은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지역 영화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돼 제작비 부담이 많이 줄었으며, 까다로운 장면 촬영을 끝내고 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우리 다큐멘터리의 한 축을 차지하는 점바치 골목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라지는 곳을 기록하다
최근 47년 만에 영도대교 상판이 하늘로 들어 올려지면서 점바치 골목 앞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매일 이 모습을 지켜보는 점바치 골목 할머니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일대를 관광지로 조성하려는 개발 작업에 들어가면서 건물주들이 할머니들에게 퇴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중구청에서는 '점바치 골목의 역사성을 고려해 최대한 보존하는 선에서 재정비 사업을 벌일 방침'이라고 했는데 이 말만 믿고 있었던 할머니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할머니들은 서병수 시장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억울함을 호소했고 담당 구청을 찾아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 다큐멘터리가 점바치 골목을 담는 마지막 기록물이 될 것 같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사라지는 것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영도 중리의 해녀촌도 올해 사라진다. 해녀의 모습을 제대로 촬영하기 위해 김 감독은 3년 전부터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배웠다. 해녀촌 촬영 당시 감독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여든이 넘은 해녀를 촬영하느라 40대 감독의 체력이 바닥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나이가 젊은들 어찌 평생 물질을 업으로 삼으신 분을 따라 갈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카메라 앞에 선 해녀촌의 할머니와 거리를 좁히는데 상당히 기여했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던 자신의 개인사를 때로는 눈물을 삼키면서, 때론 활짝 웃으면서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하지만 해녀 할머니의 평생 일터인 이곳 또한 재개발로 사라진다. 이처럼 의도치 않게 우리 다큐멘터리가 영도에서 사라지는 곳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제작 PD 입장에선 그늘도 없는 곳에서 햇볕을 견디며 촬영해야 할 스태프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복날이 오기 전에 몸보신을 위해 단체로 삼계탕을 먹으러 가야겠다. 아무쪼록 사고 없이 이 다큐멘터리가 완성되길 기대한다.
김동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