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근본적인 나약함과 한계, 그로 인한 결핍에서 그 결핍을 스스로 채우려는 발화로 욕망이라는 내적인 움직임이 생겨나는 듯하다. 욕망은 요즘 한국 사회에서, 특히 극단적인 여러 사건을 통해 영화를 보듯 파노라마처럼 나타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강원도 총기 난사 사건까지 한국 사회는 고도의 경쟁을 통한 인간의 욕망 속에서 그릇된 집단 이기심과 개인의 소외로 인간성 상실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알 수 없는 불안과 미래에 관한 공포로 우리 삶을 점점 왜곡하고 극단의 낭떠러지로 떠미는 듯하다. 언론에서는 참사 원인을 분석하고 전문가의 입을 빌려 정부와 사고 책임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칼을 들이대지만, 차라리 여러 책에서 현실의 결핍들을 뼈저리게 파악하며 스스로 반성하고 깨닫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우리 사회의 이면에 깔린 그릇된 욕망의 처참한 내면을 바라보다, 소설 한 편이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소설이 다시 나에게 묘한 실마리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인간 욕망의 처절한 모습을 충격적으로 묘사해 고전으로 자리 잡았으며,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유명한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이다. 에밀 졸라는 이전 프랑스 소설가와는 달리 상류층이나 영웅화된 인물이 아닌 평범한 인물로 인간을 설명하려 했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평범한 서민이며, '테레즈 라캥'은 에밀 졸라의 이런 시도가 가장 두드러진 작품이다.

주인공 테레즈는 고모의 뜻에 따라 심약하고 허약한 사촌 카미유와 이른 나이에 결혼해 무기력하게 살고 있다. 그녀는 어느 날 새로운 남자 로랑을 만나게 되고, 그와 금기를 넘어선 육체 행위를 통해 위험한 이중생활을 한다. 결국, 그들은 파국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에밀 졸라는 당대 프랑스 사회의 어두운 이면 세계를 테레즈와 로랑이라는 두 인물과 그들의 거침없는 욕망을 통해 드러내며 인간의 근본에 관해 고민한다.

에밀 졸라는 소설 '테레즈 라캥' 서문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을 설명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나는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기질을 연구하기를 원했다. 테레즈와 로랑은 인간이라는 동물들이다. 나는 이들의 동물성 속에서 열정의 어렴풋한 작용을, 본능의 충돌을, 신경질적인 위기에 뒤따르는 돌발적인 두뇌의 혼란을 조금씩 좇아가려고 했다. 그들에게 영혼은 완벽하게 부재한다. 나는 그것을 시인한다."

그가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설명하려고 한 인간 욕망의 내면은 당대 어느 작가보다 과학적이며 논리적이다.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이 비일비재한 지금, 우리도 에밀 졸라처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사유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감독


▶최용석=부산독립영화협회 부대표, 이유필름 대표. 장편극영화 '제외될수 없는' '이방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