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현장을 담은 박배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밀양전'.

# 전수일 '연꽃버스'

- 조재현과 세 번째 호흡 맞춰
- 운명 관한 철학적 질문 담겨

# 박배일 '밀양아리랑'

- 송전탑 반대 주민 다큐멘터리
- 과도한 공권력·에너지정책 비판

# 김병준 '소시민'

- 전작 '개똥이'와 달리 코미디물
- 살인 누명 벗으려는 남편 그려

올 들어 부산 영화계의 작품 활동이 활발하다. 부산을 대표하는 시네아스트 전수일 감독이 열 번째 영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여성 영화인 중 단연 눈에 띄는 허은희 감독이 '심장이 뛰네'에 이어 3년여 만에 새 작품 작업에 들어갔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쌓고 있는 박배일 감독과 김영조 감독, 데뷔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은 김병준 감독이 신작 작업에 한창이다.

이 가운데 전수일 박배일 김병준 감독의 신작 이야기를 들어본다.

■세 번째 호흡 전수일-조재현

	전수일

전수일 감독의 10호 작품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연꽃버스'다. 신혼여행 중 홀연히 사라진 여자와 그녀가 납치된 것이라 믿고 찾아 헤매는 한 남자의 여정을 담았다. 전 감독은 이 작품에서 운명이 어떻게 정해지고,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며, 우리는 그런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 묻는다. 전작 '콘돌은 날아간다'가 신부의 사랑과 연민을 그린 파격적인 작품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부산 영화계에서 전 감독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차별화한 영화 스타일로 세계 유명 영화제에 여러 번 초청받았으나 꿋꿋하게 부산을 지키며 예술영화 작업을 이어온 중견 감독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그의 영화 동료이자 친구인 배우 조재현이 주연을 맡아 더욱 관심이 쏠린다. 전 감독과 조 배우의 만남은 '내안에 우는 바람'과 '콘돌은 날아간다'에 이어 세 번째다. 지금은 경성대 영화학과 교수로 연구실을 이웃한 사이다.

'연꽃버스'는 프랑스 로케이션을 위해 촬영진이 현지로 출국했다. 또 영화 제작비 마련을 위해 소셜펀딩 플랫폼 펀딩 21(www.funding21.com)을 통해 다음 달 31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다.

■사회 이슈 현장 지키는 박배일

	박배일

박배일 감독의 차기작 '밀양아리랑'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다룬다. 그는 2년 전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현장에 뛰어들어 주민 옆을 지키며 그간의 기록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앞서 이들의 8년간의 활동기를 압축한 것이 '밀양전'이다. '밀양전'은 지난달 부산평화영화제 상영 이후 전국에서 공동체 상영을 진행하고 있다.

'밀양전' 후속작인 '밀양아리랑'은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공권력 행사로 아수라장이 된 밀양 현장을 담는다. 과도한 공권력 행사가 어떻게 밀양 주민을 짓밟았는지 생생하게 담아내며, 국내 에너지 정책을 비판한다.

박 감독은 민감한 사회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현장에 뛰어드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환경미화원의 권리를 다룬 '잔인한 계절'을 비롯해 4대강 문제를 다룬 '〈강(江), 원래〉 초이스 :: 비엔호아', 제주 강정 해군기지가 주제인 '강정 인터뷰 프로젝트' 등 작품에서 이런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뇌병변 장애 남녀의 결혼 과정을 다룬 '나비와 바다'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비프메세나상을 받았다.

'밀양아리랑'은 하반기 국내 영화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박 감독은 "다음 달엔 부산에서 생탁 노동자들의 투쟁기를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신예 김병준

	김병준

장편 데뷔작 '개똥이'로 주목받은 김병준 감독의 차기작은 '소시민'이다. '소시민'은 한 남자의 트라우마를 어둡게 그려낸 전작 '개똥이'와 달리 실소를 자아내는 코미디다. 주인공은 회사와 가정에서 들들 볶이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이다. 어느 날 회식 후 집에 돌아오니 별거 중인 아내가 죽어 있고, 그는 아내 살인범으로 의심을 받는다. 누명을 벗으려는 한 남자의 하룻밤 고군분투가 흥미진진하다.

김 감독의 데뷔작 '개똥이'는 강렬했다. 동서대 영화과 재학생 시절 만들었던 '개똥이'가 제17회 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되자 '제2의 윤종빈'이란 찬사와 함께 전국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해 전국 극장 개봉과 뉴욕 상영회까지 열어 신인 감독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년여 만에 차기작에 도전하는 김 감독은 "전작이 너무 무겁다는 평가가 많아 부담을 덜고 싶어 코미디를 택했다"고 말했다. 또 "평소 가족의 무게에 짓눌린 대한민국 가장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가볍게 볼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소시민'은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거쳐 오는 11월 촬영에 들어간다. 부산영상위 '부산지역 영화제작 지원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