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부 연주곡 평가 엇갈려

러시아 음악은 그 특유의 우수와 서정성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순수 러시아 음악으로 꾸며진 지난 20일 부산시립교향악단 제501회 정기연주회 '명작, 러시아Ⅰ'도 그 인기를 반영하듯 관객이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이 공연의 1부와 2부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1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악마의 협주곡'이라는 별명 그대로 쉬운 곡이 아니었다. 협연자 예카테리나 메체티나의 빠르고 정교한 연주는 놀라울 정도였지만, 부산시향과 겉도는 듯했다. 그동안 부산시향이 보여준 다른 협연에 비해 전체적인 어우러짐이 부족했다. 그 이유는 오케스트라 반주의 음량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교향악단이 협연자를 부각하기 위해 소리를 줄이는 일은 일반적이지만, 이 곡 자체가 솔로 파트가 분리되어 연주되는 곡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협연자 배려'가 과도했다. 피아노 속주만 살아있었다. 부산시향 특유의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연주도 들을 수 없었고, 협연자의 연주마저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2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1부의 불만을 말끔히 잠재울만했다. 이 곡은 서정성과 박력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정서를 담고 있다. 부산시향 연주는 서정성과 강렬함,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특히 부산시향 현악 파트의 두터운 입체감을 엿볼 수 있었다. 게다가 마지막 4악장에서는 객석을 압도하는 역동성을 선보였다. 리 신차오의 지휘는 우수로 가득 찬 1악장이 행진풍의 4악장으로 진행하는 동안 관객이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원곡을 그대로 살리겠다는 지휘자의 의중이 제대로 적중했다.

부산시향은 다음 달 4일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유베르트 수당을 초청해 '명작, 러시아Ⅱ'를 연다. 라흐마니노프와 림스키-코르사코프, 무소르그스키 등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을 다룰 이 공연에선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