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란 한 사람의 마음과 그 사람이 지나온 환경의 결합이다.

감정이란, 또 생각이란 어떻게 생길까? 도대체 생각과 감정의 뿌리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같은 일에 비슷한 생각을 일으키는데 또 어떤 사람들은 도무지 엉뚱한 생각이나 감정을 일으키기도 한다.

원불교에서는 마음이 경계를 만나면 생각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때 마음이란 자기의 정신 작용이고 경계란 그 사람의 수준에 따라 내면에 어떤 정신적 반응을 일으킬 만한 수준의 적절한 여건이다. 사람은 저마다 맑은 정신이 있는데 이 정신이 어떤 대상을 만나 가만히 비춰내는 것이 느낌이고 그 일반 원리를 유추 형성하는 것이 생각이다. 만약 저마다 맑고 순수한 정신만 있다면 우리는 모두 세상을 같은 색깔로 비춰내고 같은 원리를 보아내므로 세상 사람이 다 같은 정서와 생각을 일으킬 것이다.

그런데 저마다 경험과 학습한 과거가 다르다. 그러므로 우리 내면에는 셀 수 없는 자기만의 색깔과 선호가 있고 이전에 가졌던 형언할 수 없는 색깔들이 겹쳐 각자의 성격이 되어 새로 만나는 같은 대상을 놓고도 다른 느낌과 생각을 일으켜 낸다. 만약 이 색깔과 선호가 한 사람이 출생 후부터 배우고 경험한 것만으로 정해진다 해도 그 차이는 크다. 하지만 우리 성격의 형성에는 자기의 경험 외에도 부모 그리고 그 부모의 부모까지 그리고 형제, 친척, 친척의 부모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환경은 너무도 광범위해 가히 짐작할 수가 없다.

또한, 개인에 있어서도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여러 미세한 영향을 얼마나 끝없이 받는지 참으로 다양하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불교에서는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며 변하여 고정된 것이 없다.

이렇게 형성되는 성격은 객관적이지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지도 않고 왜곡되고 일방적이어서 변형되기 일쑤다. 이런 까닭에 각자 느낌과 생각이 달라지고 가치와 의미도 다르게 되어 집중하는 곳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내 눈 앞에 있는 대상의 미적인 요소를 중요시한다. 어떤 사람은 힘이나 세력을, 어떤 사람은 도덕성을, 또 어떤 사람은 자기에게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중요시한다. 어떤 사람은 형이상학적이거나 미래의 어떤 것을 좇기도 한다. 이 까닭에 저마다 보는 곳이 다르고 우리는 소위 저마다 다른 경계(자기에게 적절한 여건)를 만난다.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 비슷한 영향을 받는 경우 가치도 비슷해진다. 아이들은 과자 한 조각에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눈다. 또 청소년들에게는 필(Feel)이 경계가 되고, 30대는 직장과 가정, 40~50대는 안정적인 생활과 자녀 교육 등이 자기의 경계가 된다. 그러므로 이 경계는 결국 그 사람의 개인적 인성이 만들어내는 영역이 된다.

생각은 자기의 경계에서 가장 크고 강하게 또 다양하게 일어난다. 경계가 크다면 큰 생각이, 사소하다면 별생각이 없다. 오랜 수양으로 지혜가 깊은 사람은 진리와 합당한 경계들이 나타나므로 생각이나 느낌도 실질적이 되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심할수록 생활에 많은 초점이 필요하게 되고 초점이 많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경계가 많아져 숱한 사고와 감정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니 깨달은 사람은 경계가 없어 능히 무심에 들거니와 욕망이 많아 보이는 것마다 경계가 되는 사람은 그 생각과 감정이 어떻게 되겠는가?

원불교 정관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