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와 다른 세계 사람일 것이다. 다른 체제, 다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다.

남이란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그렇게 알고 살아왔다. 나는 사실 예전까지만 해도, 통일이 차라리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굳이 통일되지 않아도 지금 다들 잘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러다 나는 우리 엄마의 외삼촌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거의 할아버지뻘이어서 평소에는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외할아버지께서는 어릴 때 한국전쟁에서 친형제와 헤어졌다고 하셨다. 현재는 너무 보고 싶어도 쉽게 만나기도 힘든 형편이라며 말씀하셨다. 그때 난 보았다. 외할아버지의 볼을 타고 흐르던 굵은 눈물방울을. 이야기를 듣는 나도 무척이나 마음 아팠다. 얼마나 슬플까. 어린 나이에 가족과 헤어진다는 것은. 그러다 문득 나는 깨달았다. 우리와 그들은 진정 남이 아니란 것을. 어쩌면 잠시 헤어진 가족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난 그때부터 점차 마음이 바뀌었다. 지금은 다른 체제, 다른 사회 속에서 살아갈지언정 그들도 우리와 같은 조상을 두고 같은 역사를 걸었던 같은 민족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지금 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사는 이 순간에도 어디엔가, 나의 피붙이들은 굶주림에,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왜 우리는 휴전선이라는 벽을 두고 헤어져 있는 것일까. 어쩌면 한집에 한방에 도란도란 모여서 즐겁게 있어야 할 우리는 왜 서로의 얼굴도 맘껏 보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고 있는 것일까. 같은 역사를 함께 밟아온 우리가 지금 이렇게 등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왜 아직까지도 이토록 아픈 쇠붙이를 걸어두는지 모르겠다. 나는 언젠가 반드시 통일을 이루어내고 싶다. 이 쇠붙이를 거두고 싶다.

외할아버지의, 그들을 그리워하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그날, 분단의 아픔을 씻어내고 싶다.

그렇다. 지금 그들은 남이 아니다. 나만의 일이 아니다. 이산가족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인 것이다. 한가족인 것이다. 한국전쟁 때, 같은 피붙이 간의 싸움과 그 희생과 아픔을 잊을 수 없다. 더 이상 이러한 일은 없어야만 한다. 이젠 서로의 손을 붙잡을 때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눈을 맞추고 이야기로서 풀어나갈지언정 서로에게 칼날을 세우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언젠가 다시 그들과 같이 걸어가길 간절히 바란다. 서로 웃으며 화해의 악수를 하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 믿는다. 우리는 언제나 명심해야만 한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회 속에 있을진 몰라도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다. 다른 세계의 사람이 아니다. 같은 길을 걸어왔던, 같은 역사를 밟아왔던 같은 피붙이라는 것을. 우리는 가족이라는 것을.

브니엘여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