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고정된 형체란 없다. 우리의 마음도 이성적, 감성적 훈련 등을 거쳐야 비로소 남의 행동에 올바르게 반응할 수 있다.

마음이란 세상 한구석을 채우는 물건들과 달리 고정된 성격이 없다. 그래서 내가 제법 괜찮아 보여 뿌듯하게 가슴을 내밀 때도 있고, 초라하여 존재감이 왜소하기 짝이 없을 때도 있다. 어느 날은 저 사람 말이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데 어느 날은 지독히도 내 마음을 긁는다. 우리는 흔히 생리곡선 혹은 생체리듬이라는 말로 설명하려 들지만, 이 정도의 해석으로 의심을 다 지우기는 뭔가 남는 것이 있다. 마음이란 도대체 왜 이렇게 차이가 있을까?

나의 행동이나 말에 어떤 사람은 괜찮은데 어떤 이는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여 무안할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은 사리를 분간하여 침착하게 대응하는데 어떤 이는 흥분하여 화를 내거나 조건 없는 애정과 신뢰를 주어 난감하게 한다. 사람들은 보통 이것을 인격 혹은 수행력의 차이라고 한다. 그런데 혹여 마음에는 여러 다른 종류가 있고 그 다른 성격이 때에 따라 바뀌어 나타나서 자기 행세를 한다면?

삼국지를 보면 술 좋아하고 의리 깊으며 용력에만 뛰어난 장비가 장판교에서 20여 명의 기병으로 조조의 1만 대군을 물리치기도 하고 또 파촉에서 엄안을 계교로 꾀어 사로잡기도 했다. '늘 감정으로만 상황을 처리하던 장비가 어떻게 그런 머리를 다 써서…'라고 생각하면서도 통쾌하다는 느낌을 가진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정신에 이성과 감정, 감각과 직관이라는 네 가지 성격 특성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역량이나 개인적 특징을 떠나 이성적인 경우 뜻밖에 사려 깊은 판단을 할 수 있고, 여러 상황이나 여건을 동시에 고려할 수도 있지만 한 번 감정에 휩쓸리면 슬금슬금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이유 없는 기쁨이 솟아 엉뚱한 짓을 하게 되고 훗날 '왜 그런 생각이나 판단, 행동을 해버렸는지' 하고 후회할 때가 많다.

이성적이어야 할 때 감정이 움직인다든지 혹은 감정적이어야 할 때 이성이 움직이고 보면 아무래도 최선의 선택이란 어려운 법이다. 소리를 눈으로 들으려는 사람처럼 감정적 반응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우리는 이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고 이성적 반응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냉혈한이라 한다. 그러므로 이성과 감정이 적절한 훈련을 통해 관리되거나 조절되어야 한다. 마음은 끝없는 노력으로 지성도 키우고 이성적 역량도 단련하며 감성도 키우고 정서도 길러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성적 대응을 할 자리에서 감정이 솟아오르고 혹은 정서적 영역에 논리적 칼질을 하는 이른바 '삽질'을 해 대는 것이다.

세상에 누가 뭘 크게 알아서 혹은 특별한 감정이나 감성이 있어서 남들을 이해하겠는가.

감정적인 면에서 보면 공감 못 할 사람이 없고 이성적 측면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어떤 이유가 그를 둘러싸고 있다. 인간이란 사실 그렇게 특별한 경우나 몹쓸 운명을 타고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자는 어떤 모습이든 어떠한 잘못을 했든 능히 이해하고 용서한다. 성자라고 어떻게 용서 못 할 일을 용서할 것이며 이해 못 할 일을 이해할 수가 있겠는가. 성인들께서 세상 모든 생명을 아끼신다는 말은 '우리는 모두 이해받고 용서받을만한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에 대한 큰 긍정과 바른 마음을 기르는 훈련으로 멋진 자기를 만들어 보자.

원불교 정관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