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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식 교수는 엘리트주의에 대한 평소의 생각과 서울대 폐지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왼쪽). 김두식 교수는 이 책이 '과학은 소수의 엘리트가 이끈다'는 신화를 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비 제공 |
- 공부논쟁/김대식 김두식 지음/창비/1만3800원
괴짜 물리학자인 형은 초등학생 때 반에서 20등 하는 것이 꿈이었다. 악동의 피로감을 극복하고 30세에 서울대 교수가 된 그는 중요 공직에 출마하는 선배 교수의 휴직 기간 연장에 망설이지 않고 반대표를 던지고, 젊은과학자상(2003), 서울대 학술연구상(2012), 한국과학상(2014)을 받았으며, 우리나라 포경수술 실태를 고발한 논문으로 국제인권상(2000)을 수상한 과학자다. 진보세력의 진영 논리를 비판하며 독립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김대식(51) 교수이다.
삐딱한 법학자인 동생은 사고뭉치였던 형과 달리 모범생이었다. 검사로 임용됐지만 사표를 던지고 아내를 따라 외국으로 떠났다가 대한민국 법조계의 실상을 파헤친 '헌법의 풍경'으로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그는 "제대로 된 좌파는 아니지만, 대한문 같은 곳에서 생존을 위해 농성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상처를 주지는 말자는 생각 때문에 당신네 신문에 글을 쓸 수 없다"며 보수언론과 대립각을 세운다. 그는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두식(47) 교수이다.
공부논쟁은 공부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온 형제 교수가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놓고 교육과 입시 문제에 관한 논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대담이란 형식에 '이 책 자체가 잘난 척으로 보여'도 상관없다는 솔직한 이야기가 무릎을 치게 한다.
형제 교수는 1년가량의 기간을 두고 다섯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후계자를 유학 보내는 교수들의 심리부터 노벨상에 목을 매는 현실, 한 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착각 등 불합리하고 무책임한 우리 사회 현실 고발에 그치지 않고 그 원인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엘리트 집단의 기득권 지키기, 영재교육에 집착하는 학부모, 대학의 서열화 등 기회의 격차가 날로 커지는 한국사회 '공부 풍토'에 돌직구를 날린다. 그리고 꾸준하게 사회에 유익한 것을 만들어 내는 장인이 아닌 입신양명을 꿈꾸는 장원급제형 DNA를 가진 천재를 우대하는 우리 현실을 꼬집는다.
"대학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괜찮은 직업에 속해요. 의사는 처가만 좋고, 변호사는 친가만 좋고, 교수는 자기만 좋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예요. (…) 생물학적 자식들은 미국에 맡겨서 살리고, 방학 때마다 한국의 학문적 자식들은 방치해서 다 죽이는 거잖아!" (김대식)
김대식 교수는 "일본의 노벨상 비결은 국내 박사의 동종교배 덕분"이라며 과학 분야에서 제대로 된 동종교배, 서울대 출신들끼리 똘똘 뭉친 동종교배 말고, 학문적으로 연결된 동종교배를 주장했다.
"대학교수 선발에서 유학파에게 우선권을 주는 현실을 얘기하다보니, 우리나라 대학원이 가진 독특한 서열화 현상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대학마다 최상위권은 자기 학교 대학원이 아니라 서열화 구조 속에서 하나 더 높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현상입니다. (…) 대학원 진학을 통한 '학력 세탁'이라는 부정적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을 정도예요." (김두식)
김두식 교수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함께 자기 수준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 공존하는 지방 거점 국립대의 더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하며 맞장구를 쳤다. 대학의 교수 채용 시스템이 우리 과학계는 물론 똑똑한 학생의 미래를 망치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특히 형제 교수는 창의성과 우수성을 키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평등이라는 공통된 인식 위에서, 인생이 결정되는 시기가 고교에 입학할 즈음인 현재의 15세에서 적어도 20대 중반으로 늦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더해 10대 청소년이 아니라 30대 교수를 쥐어짜야 과학이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생각의 방향을 전환해야죠. 훌륭한 과학자를 만들려면 기초과학에 폭넓은 투자를 하고 어린애들을 좀 놀게 놔둬야죠. 장원급제 DNA와 장인 DNA를 구분할 필요도 있어요. 장원급제 DNA를 가진 사람들, 전교 1등만 한 사람들에게 과학의 미래를 걸던 시대는 이쯤에서 마감해야 합니다. 해외유학도 그만 보내야죠. 국내에서 박사 딴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자기 집을 짓도록 북돋아주어야 해요." (김대식)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장원급제 DNA를 가진 기득권층이 쳐놓은 심리적 장벽을 걷어내야 합니다. (…)서울대에 들어간 애들이 별 고민 없이 장원급제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우리 학생들은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시기를 놓치는 거죠. 스스로 장벽을 만들고 거기 갇힌 셈이지요. 이걸 깨는 게 중요합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한 게 연구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형의 이야기가 이런 친구들에게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김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