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제 없애고 시험 감성채점 등
- 서로 바뀌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 교사-학생간의 소통과정 담아

학교라는 공간은 과연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 어른 입장에서는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할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어린이는 좋은 성적을 받기보다 친구와의 관계에 더 신경을 쓴다. 고자질로 친구를 배신하면 '왕따'같은 보복이 돌아온다는 것을 배우는 사회화의 장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어른 대표 '선생님'과 어린이 대표 '학생'의 사이가 틀어진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메울 수 없는.

벼락과 키스한 선생님은 말썽꾸러기 초등학생 류창창과 잘난 척 대마왕 조왕재 선생님 사이에서 벌어지는 '짜릿한' 이야기다. 똑똑해지는 기계를 발명한 조 선생님과 창창이는 벼락 치는 날 우연한 사고로 몸이 바뀌게 된다. 몸이 바뀌기 전에 둘은 앙숙 관계. 공부나 하라고 학생을 달달 볶는 조 선생님과 무지개를 보고 크레파스를 상상하는 창창이는 기름과 물 같은 사이다. 그런 둘의 몸이 바뀌어 버렸으니 얼마나 황당한 일이 많을까. 어쩔 수 없이 같이 살게 되는 둘의 생활은, 아니나 다를까 좌충우돌 난리법석이다.

선생님이 된 창창이는 숙제를 없애버린다.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하면서 'X'를 '^^;' 등 이모티콘으로 바꾼 '감성 채점'을 한다. 학생이 된 조 선생님은 또 어떤가. 습관대로 교사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교감 선생님에게서 꿀밤을 맞고, 한 달에 빨래를 딱 한 번 한다는 지저분한 모습을 선생님이 된 창창이에게 들켜 놀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몸이 바뀐 둘은 점점 서로 이해하게 된다. 창창이는 조 선생님의 데이트에 큰 기여를 하게 되고, 조 선생님은 창창이 친구들의 도둑질을 현명한 방법으로 막는다. 조 선생님은 창창이가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해야 한다는 점을 몰랐다. 창창이는 조 선생님이 어린 시절 왕따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된다. 둘 사이에 소통을 가로막고 있던 벽은 허물어져 버린다. 몸이 바뀌면서 누구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둘은 서로 인정하는 사이로 변한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아니다.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처해 있던 상황 때문에 보이지 않던 타인의 세계가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어린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선생님이 된 창창이에게 자신을 대입시켜보지 않을까. 이 책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계급으로 이루어진 학교에 소통의 통로를 마련한다. 가까운 사이지만, 사실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너'와 '내'가 서로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간다면, 소통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 조 선생님이 학생들의 출석을 부른다. 1번, 2번, 3번이라는 번호가 아니라 '스마일 미소 2번 권하은' '봉사정신이 금메달감인 6번 마은송' 등 어린이의 개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교라는 공간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모든 어린이가 이렇게 주목받고 관심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201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