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는

우리 집 텃밭이어요



상추 부추 가지 피망

갖가지 모종을 심어놓고



날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번갈아서 물을 줍니다.



고 작은 새싹들이

언제 커서 제 몫 할까



날마다 내 방과 후 수업은

텃밭 관찰이랍니다



일기장

채울 내용이

가득가득하답니다.



▶김춘랑=1968년 '시조문학' 등단, 시조집 '우리네 예사사랑' 등. 경상남도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수상 등.



날이 많이 풀리고 화창해지면서 흙 속의 찬 기운도 차츰 가시게 되는 시기다. 경작할 밭 한 뙈기 없어도 시멘트벽을 타고 흙내가 올라온다. 때맞춰 베란다 구석에 놓인 화분을 손질하거나 흙을 채워 한두 포기 모종을 옮겨 심느라 분주하겠다. 그 일상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주는 '작은 텃밭'이란 동시조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집 한쪽에 나무 한 포기, 꽃 한 송이를 키우면서도 자손을 염려하신다. 아침저녁 물을 주고 꿈을 불어넣었기에 오늘날 저 산천까지 푸른 것이다. 꼼지락거리는 아가의 앙증맞은 몸놀림 같은 새순. 그것을 키우는 재미가 살아서 집집이 유순한 봄이 문 앞에 닿기를 희망한다. 제만자·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