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연극제에서는 9개 극단이 최우수작품상에 도전한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연극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의 '운악'. 부산연극협회 제공

- 20일까지 문화회관·시민회관서

- 경연부문 최우수작품 수상 극단
- 6월 전국연극제 지역대표로 출전

제32회 부산연극제(4월 4~20일)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 연극계 최대 축제인 '연극 열전'이 곧 시작된다.

부산연극제는 'IN(경연)', 'OFF(비경연)', 부산시민연극제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경연 부문'이다. 올해부터 'IN'으로 이름을 바꾼 경연 부문은 지역 극단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창작 초연 작품을 선보이고, 심사를 통해 우수작을 가려내는 각축장이다. 경연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극단은 6월 전북 군산에서 열리는 제32회 전국연극제에 부산 대표로 출전하는 영예도 안는다.

올해 IN 부문 참가 작품은 모두 9편. 부산연극제의 뚜렷한 경향 중 하나인 혈기왕성한 젊은 극단의 참여가 활발하지만, 실력과 연륜을 갖춘 중견 연극인의 조합과 40대 관록의 연극인도 눈에 띈다. 부산연극제에 앞서 IN 부문 참가 작품을 연출자를 통해 살펴봤다. 부산연극협회 홈페이지(www.bstheater.or.kr)에 극단과 작품 정보, 공연 일정 등이 상세하게 실려있다.


# 웃으며 안녕

	연출 김세진

극단 세진은 올해 경연작이 '웰 메이드 플레이(연극)'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부산연극협회 주관 '전국창작희곡공모전' 수상작을 선택했고, 쟁쟁한 배우들도 함께한다.

이 작품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자살을 시도했던 주인공이 상조회사에서 일하며 여러 사람의 죽음을 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이다.

김세진(42) 연출자는 "죽음과 자아 성찰을 다루고 있으나 어느 작품보다 재미있고 드라마틱하게 구성해 웃음과 감동 모두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칼치

	연출 강성우

극단 누리에의 '칼치'는 부산연극협회 주관 '전국창작희곡공모전' 수상작이다. 갈치잡이 어선 삼봉호에서 난동이 빚어져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선장과 선원들의 비밀과 갈등이 드러난다. 그동안 소극장 무대를 선호했던 극단이 처음 중극장에 도전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강성우(39) 연출자는 "서로 잇속을 채우기 위해 잘못된 선택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밀어붙이는 인간의 추악한 욕심을 나타내려고 한다. 특히 더 넓은 무대에서 좋은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 들꽃소리

	연출 최성우

극단 이그라의 '들꽃소리'는 일제 강점기 인간 생체실험(마루타)을 자행했던 731부대와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매우 파격적인 소재이다.

부산희곡창작교실 출신 신인 채지하 작가와 최성우(42) 연출자가 어렵게 자료를 수집해 작품을 완성했다. 사실감을 더할 실감 나는 소품과 무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 연출가는 "위안부를 다룬 연극은 있었지만, 마루타를 소재로 한 연극은 처음일 것이다. 6·25전쟁 조차 제대로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

	연출 최은영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한 사람들의 최은영(44) 대표가 이번 부산연극제에서 선택한 소재는 '사발'이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왜로부터 도자기를 지키려는 조선 도공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그들의 후손 이야기를 담는다.

최 대표는 직접 희곡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부산 인물과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가마를 접하고 몇 년간 고심한 끝에 작품을 구상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극 전개도 흥미롭지만, 작품을 위해 직접 도예를 배운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도 볼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천국 이야기

	연출 김태호

올해 처음 부산연극제에 참가하는 극단 이야기의 작품은 '행복'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천국에 가게 된 엄마 김옥순이 지옥에 있는 아들을 보기 위해 천국행을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김태호(33) 연출자는 "누구나 천국에 가고 싶어 하지만 주인공은 아들과 함께하기 위해 지옥행을 고집한다. 결국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신이 아니라 바로 내가 선택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1996년 창단 이후 아동극을 전문적으로 했던 극단의 장점을 살려 안무, 노래, 그림자극 등 다양한 볼거리를 융합했다.


# 라랄라 흥신소

	연출 김동민

'라랄라 흥신소'는 내용과 구성 모두 통통 튄다. 흥신소에 일곱 살 난 꼬마를 죽여달라고 찾아온 하얀 노인과 돈 때문에 살인을 해야 하는 흥신소 직원들의 소동을 코믹하게 그린다.

젊은 극단 더블스테이지와 신예 김지숙 작가, 두 신인이 빚어내는 조화가 사뭇 기대된다. 김동민(33) 연출자는 "부산연극제다운 작품, 즉 사회문제와 역사의식을 다루는 진지한 작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돈이면 다 되는 물질 만능주의를 꼬집는 블랙코미디라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관심을 부탁했다.


# 불꽃의 청년, 박재혁

	연출 곽종필

'천재 연출가' 하늘개인날의 곽종필(51) 연출자와 부산 원로 연극인 김문홍(69) 작가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젊은 연극인의 참여가 활발한 연극제에서 관록의 두 연극인은 단연 돋보인다. 이들이 선택한 소재는 독립투사 박재혁.

곽 연출자는 "부산의 대표 인물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던 차에 박재혁을 만나게 됐다. 홀어머니와 여동생을 남겨두고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감옥에서 단식하며 스물여섯에 생을 마감한 박재혁의 내면을 상상하며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 가카가 오신다

	연출 박훈영

극단 배우창고의 '가카가 오신다'는 1980년대 가상의 섬을 배경으로 한다. 섬의 이장이 갑자기 죽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아들과 딸이 사건을 파헤치며 진실을 덮으려는 자들과 대치한다는 얘기다.

2008년 창단한 배우창고는 동서대와 경성대 20·30대 실력 있는 젊은 연극인들이 모인 극단이다. 부산연극제 경연에 처음 참가한다. 박훈영(34) 연출자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희생된 개인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젊은 연극인의 패기와 신선함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 뮤지컬 꽃동네

부산연극제 경연작 중 유일한 뮤지컬이자, 창작 뮤지컬을 고집하는 몽키프로젝트의 두 번째 연극제 도전작이다. 줄거리는 다소 무겁다. 깊은 산골 마을에 부부가 이사를 오게 되고, 평화로워 보이던 작은 마을에 가려진 추악한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뮤지컬 형식이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오리라(32) 연출자는 "2002년 루마니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기사를 접하고 주변에 가까운 이들이 되레 무서운 존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본성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 제32회 부산연극제 IN(경연) 참가작 작품명 단체명 일정 장소 웃으며 안녕 세진 4월 5~6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4월 7~8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불꽃의 청년, 박재혁 하늘개인날 4월 8~9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칼치 누리에 4월 10~11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천국 이야기 이야기 4월 11~12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가카가 오신다 배우창고 4월 13~14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들꽃소리 이그라 4월 16~17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라랄라 흥신소 더블스테이지 4월 17~18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뮤지컬 꽃동네 몽키프로젝트 4월 19~20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