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최대 음악 축제인 부산마루국제음악제가 전환점에 섰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마루국제음악제 공연 모습. 사진=부산마루국제음악제 추진위원회 제공

　부산의 최대 음악 축제인 부산마루국제음악제가 전환점에 섰다. 지난해 말 조직위원회의 새 집행부를 구성한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올해 5회째 행사를 준비하면서 안팎으로 도전과 응전의 기회를 동시에 맞닥뜨린 형국이다. 새 집행부는 음악제의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최근 지역 음악계에서 불거진 행사 운영 주체 논란(본지 지난 9일 자 20면 보도)도 원만하게 봉합해야 하는 책무도 지게 됐다.

　부산 문화계는 올 들어 갑자기 부산예총 산하단체인 부산음악협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음악제 운영 주체 논란의 결과에 따라 무용과 연극 부문 등 현재 부산에서 매년 시행되는 국제 문화행사 조직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비와 시비가 지원되는 이들 국제문화행사를 자칫 부산예총 산하 단체가 운영하는 모양새로 재편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부산민예총 등 다른 문화예술단체에서도 국비와 시비가 지원되는 국제문화행사 운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이른 시일 내 매듭돼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에서 각 지역 국제문화예술행사의 자생력을 강조하면서 국비 지원을 축소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행사의 운영 주체 논란은 뜬금없는 풍경이라는 시선을 던지는 시민이 많다. 그동안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이번 사태를 놓고 시민의 눈에는 문화예술계의 자리다툼과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문화예술인들도 있다.

　이런저런 상황과 관계없이 전환점을 맞은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올 행사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이에 새 집행부를 이끌고 오는 9월 15일부터 20일까지 마련될 2014부산마루국제음악제 준비에 한창인 백진현(동서대 지휘과 교수)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직접 만나 최근 사태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 이뤄질 행사 진행 과정 등을 들어봤다.

　

　일단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도약을 이끌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백 위원장은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그동안 부산의 척박한 문화토양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시민의 품으로 뛰어들겠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제2대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 그는 오는 9월에 열릴 음악제의 밑그림을 거의 완성했다고 전했다. 음악제 창설 당시 계획했던 오케스트라 중심의 레퍼토리를 대폭 강화했고 지역 음악인의 참여 기회를 늘리는 데 우선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이를 위해 아마추어 연주자나 시민이 참여하는 프린지 콘서트도 이어가기로 했다.

　백 위원장은 "시민과 어우러지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궁극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음악인만의 잔치'로 그치는 것을 경계하겠다는 뜻일 게다.

　지난 2010년 창설돼 매년 가을에 열린 마루음악제는 그동안 그렇게 성공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는 음악제이지만, 부족한 기획력과 프로그램 구성이 도마에 올랐고 시민의 호응은 시원찮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판이다.

　네 번의 행사를 치렀지만,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은 실정이다. 여기에다 운영 주체를 놓고 불거진 추진위원회와 부산음악협회 간의 불협화음은 지역 음악계의 힘을 결집하고 성장시키겠다는 음악제의 설립 취지를 무색게 했다. 영화·연극·무용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변변한 음악 페스티벌이 없었던 부산에서 이 음악제의 등장은 의미가 큰 걸음이었다. 그래서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쓴소리에 지역 음악인과 지켜보는 이의 안타까움이 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음악계의 갈등이 봉합되고, 부산마루국제음악제를 통한 부산 음악 문화의 질적 도약은 실현될 수 있을까. 백 위원장은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들만의 축제'를 반드시 넘어서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음악협회와의 화합도 이루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음악인들이 나서 부산 문화 발전을 고민해야 하는 만큼 힘을 모으고 생각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백 위원장은 이번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기본 콘셉트를 '도약'에 두고 싶다고 하면서 "한 명의 학생이 음악제에서 연주를 보고 음악인의 꿈을 가진다면 그야말로 값진 성과가 아닌가. 앞으로 임기 4년 동안 미약하지만, 성공적인 도약의 음악을 전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백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부산마루국제음악제가 지난 축제와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

　▷오케스트라 공연을 크게 늘렸다. 음악제가 애초 창설될 때부터 세웠던 방향이기도 했다. 시민이 음악제를 통해 다채롭고 흥미로운 레퍼토리를 접하길 바랐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를 섭외했고, 부산시향을 포함한 국내 교향악단의 무대를 준비했다. 국립국악원의 국악관현악단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악은 중요하게 다룰 분야다. 폐막 공연엔 한국·중국·일본의 연주자가 함께 교향악 무대를 펼칠 것이다.

　-기존의 앙상블 무대는 그만큼 줄어드는 것인가.

　▷아니다. 음악제 기간 부산을 찾는 교향악단의 연주자가 앙상블 무대에도 수차례 오를 계획이다. 한 번의 공연을 마친 후 부산을 떠나기보다는 체류 기간에 그들이 지닌 방대한 레퍼토리를 시민에게 최대한 선보이고 함께 어울리길 부탁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성사될 것으로 본다.

　-우수한 라인업을 자부했는데 티켓 가격이 높아지는 건 아닌가.

　▷1만 원에서 3만 원 사이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공연을 묶어 관람하는 시즌티켓 개발 계획도 있다.

　-부산의 특색이 드러나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지적을 받았다.

　▷그 지적은 수용하면서도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 주제가 한정되면 프로그램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뼈아프게 느낀다. 이번 음악제에서도 그 같은 의견을 적극 반영해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이다. 깊이와 예술성을 잃지 않되 균형 잡힌 공연 프로그램으로 친근하게 관객에 다가가겠다.

　-여전히 시민에게는 생소한 음악제다. 프로그램의 변화 외에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시민의 호응을 뚜렷하게 체감할 수 없는 건 아프게 받아들인다.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장르인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접근하기 어려운 벽을 깨는 데 주력할 것이다. 아마추어 연주자의 프린지 콘서트 같은 것이 그 예다. 공정하게 서류로 지원받아 공개적으로 선정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적어도 부산에선 시도되지 않았던 '벽 허물기' 작업이다.

　-국비와 시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비판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온전히 티켓 수익만으로 음악제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후원이나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비중을 줄여나갈 수는 있겠지만, 시민을 위해 창설된 축제인 만큼 일정한 공공성 보장은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기가 어렵다.

　-2대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시민의 문화적 환경이 타지역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공연이 자주 열리고 공연장이 많다고 해서 문화적 환경이 좋다고 할 수 없다. 시민들과 음악인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위원장으로서, 음악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4년간 열심히 해 보겠다.

영상=김민훈 촬영기자 minh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