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동시집

- 해바라기야!/최명란 지음·정은영 그림

긴 설명은 없다. 일본의 '하이쿠'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보고 싶은데/너무 밑에 있다' ('발바닥' 전문) 같은 시는 극도로 짧지만 많은 생각 거리를 준다.

'발바닥'이라는 시어가 멀리 있지만 보고 싶은 사람, 매일 몸을 지탱한다고 고생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짧고 간결한 시가 여백으로 더 많은 의미를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다. '…살찐 쥐는/ 쥐구멍 속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욕심' 중)는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어린이가 느낄 수 있게 한다. 교훈을 전달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살근살근 사물이나 풍경을 묘사하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집이다. 〈창비·9000원〉


# 가슴 속 상처 간직한 아이들

- 문제아 페이얼/바오둥니 지음·최지희 옮김

쉽게 볼 수 없는 중국의 아동소설이다. 바오둥니는 중국 작가협회 회원이며 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작가협회 제4회 전국 우수 아동문학상, 제5회 국가 우수 어린이 도서상 등을 받은 유명한 아동 문학가이다. 초등학교 5학년 페이얼은 연일 말썽만 피우다 문제아로 낙인 찍힌다. 게다가 부모도 결별해 페이얼은 가슴 속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살아간다. 작가는 페이얼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중국 어린이가 처한 현실의 문제와 어두운 면을 지적한다. 어른의 강요는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정체성을 잃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반항하는 어린이를 따뜻하게 보살펴 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씨드북·1만1000원〉


# 만화로 쉽게 정리한 과학의 흐름

- 과학이 된 무모한 도전들/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 지음·김성훈 옮김·조진호 감수

과학의 기원부터 양자역학까지 과학의 거대한 흐름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엮었다. 과학 연대기를 어린이가 머리에 쏙쏙 담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과학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과학이 어떻게 종교나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발달해 왔는지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 실적을 뺏기고, 불쌍하게 죽어간 과학자들의 이야기 등 과학계의 어두운 이야기도 상세하게 실었다. 만화책으로 만들어져 있어 어린이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복잡한 내용을 재치 넘치는 그림으로 담아내 어린이가 과학에 관심을 두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원더박스·1만5000원〉


# 할아버지와 벌이는 진실 공방

- 이야기꾼의 비밀/김영욱 지음·이량덕 그림

한국판 천일야화라고 보면 될까. 폭설이 내리는 섣달 그믐밤, 제주도 산방산의 산장에서 푸른 눈동자의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어린이들을 재우기 위해 시작한 이야기는 갈수록 거대하고 믿지 못할 사건으로 치닫는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면서 몇백 년 전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자꾸 질문해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훼방을 놓는다.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팽팽한 진실공방 줄다리기를 통해, 이야기는 거침없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진실과 거짓의 틈새에서 벌이는 지적 유희의 기쁨을 알게 해준다. 〈북멘토·1만1000원〉